<화요특집-자동인식시스템> 시장진단과 대안

 『자동인식분야 기술력 확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자동인식업체들에 시스템 국산화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IMF한파 이후 외산 제품을 수입해 유통하는 수준의 국내 대다수 바코드 업체들이 환율상승의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산화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통업체 위주의 국내시장 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뒤늦은 반성의 소리인 셈이다.

 반면 또다른 일각에서는 값싼 대만산 제품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국산화에 나서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의 골자는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우수한 제품을 아웃소싱해 솔루션 개발에 치중하는 것이 국내 자동인식 시장을 활성화하는 대안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 차원에서도 시스템 국산화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유통업체 위주의 시장 구도는 결국 품질보다 가격 경쟁으로 치우치도록 시장을 몰고가게 돼 덤핑경쟁 등 출혈가격 경쟁의 악순환을 밟을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이제부터라도 글로벌화 개방화라는 국제추세에 맞춰 나간다는 커다란 안목으로 연구 개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 기술위주의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사실 자동인식기기 국산화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부분적으로 진행돼 왔고 일부업체는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코드 판독용 스캐너와 프린터.

 대표적으로 꼽히는 업체가 허브텍, 현암바씨스, 한도하이테크, 파라다이스정보통신 등이다.

 허브텍은 지난해 상반기에 건 타입 CCD방식 바코드 스캐너를 개발한 데 이어 연말에는 펜 타입 스캐너를 개발해 내놓았다. 무게 49g인 펜 타입 바코드 스캐너는 우편물 처리와 보험사의 영수증 관리, 판매·물류 분야까지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현암바씨스도 지난해 고정식 레이저와 건 타입 바코드 스캐너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레이저 다이오드(LD)를 이용해 50㎝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53도의 폭까지 바코드를 읽을 수 있고 초당 36회의 스캔 속도를 가진다.

 이 회사는 또 지난 6월 스캐닝 기능을 지원하는 핸디터미널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다.

 한도하이테크, 파라다이스정보통신 등 같은 업체들도 외산 바코드 장비를 공급하면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최근 CCD방식의 바코드 스캐너를 국산화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국산 제품을 무기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허브텍은 별도 해외영업법인까지 두고 대만, 미국에 수출을 추진중이며 현암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기능의 우수한 국산 제품의 출현은 시장에 유통되는 외산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데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현암바씨스에서 레이저 바코드 스캐너가 출시되자 300만원대에 달했던 비슷한 성능의 외산 제품 가격은 100만원대로 크게 떨어졌다. 이는 이 분야의 제품 국산화가 수입대체효과뿐 아니라 적정 가격 형성에도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중소 규모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국내 인식기기 업체의 현실에서 업계의 기술력·자금력·개발인력 등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제조업체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나 관심 등 정책적인 배려가 뒤따를 때 실질적인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