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디지털 녹음·녹화기 제조업체에 대해 사적복제 보상금을 부과하려 하자 전자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한국전자산업진흥회 및 업계에 따르면 문화부는 원저작물과 동일한 품질의 무한복제가 가능해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큰 내수용 디지털 녹음·녹화기 및 매체에 대해 출고가의 2% 이내 금액을 사적복제 보상금으로 부과해 저작권자에게 보상할 수 있게 하는 「사적복제 보상제도」를 신설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10일 입법예고하고 13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공청회를 갖기로 했다.
전자업계는 이에 대해 『산자부 및 재정경제부 등 일부 부처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준조세적 성격의 부담금을 경감하고 각종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마당에 문화부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이번에 사적복제 보상금 지불대상으로 정해진 디지털 녹화기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복제 방지기능을 갖춘 시스템이 개발돼 실용화 단계에 있고 국내에서도 이같은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적복제 보상금을 내도록 한 것은 제조업체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게다가 디지털 녹화기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시중에 소프트웨어가 유통되지도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적복제에 대한 보상금을 지불하는 법을 먼저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자업계는 특히 관련제품 출고가의 2%를 보상금으로 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다면 큰 부담이 된다며 사적복제 보상제도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디지털 녹음기의 경우 대부분 수입품이고 디지털 녹화기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것이어서 국내 업체에 거의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우선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다음 구체적인 적용시기 등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시행령에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부는 또 『현재 국내 업체들이 관련제품을 수출하려는 나라에서 사적복제 보상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을 경우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며 『수출품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내면서 내수용에 대해서만 보상금을 내지 않으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사적복제 보상제도란 디지털 녹음·녹화기 등의 판매로 인해 저작물에 대한 권리침해가 이루어진다는 전제 아래 기기생산자가 저작권자에게 일정 금액을 저작권 사용료로 지불하는 제도다.
문화부는 지난 93년 저작권법을 개정할 때 녹음기·녹화기·복사기 등에 대해 사적복제 보상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전자업계의 반발로 무산됐으며 이번 개정안에서는 복사기와 아날로그 방식의 녹음기 및 녹화기가 제외됐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