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상청 날씨예보에 불신이 높아지면서 기상청이 올들어 새롭게 도입한 기상예보용 슈퍼컴퓨터에 새롭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수해 원인이 한발 늦은 예보였다고 보고 5년 동안 13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하고 올초 일본 NEC사에서 기상예보 전용 슈퍼컴퓨터인 「SX5시리즈」 기종을 도입, 기상예보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올해 도입한 NEC의 「SX5시리즈」를 토대로 기상예측자료를 분석했지만 최근에 일어난 태풍의 진로나 집중호우 등에 대한 기상예보를 제대로 내보내지 못했다. 이처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현상이 발생하자 기상청이 거액을 들여 도입한 최신 기상예보 전용 슈퍼컴퓨터 기종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NEC의 「SX5/16A」 기종은 본가동에 앞서 이미 시스템상에 장애가 일어나 원활한 활용 가능성에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하나의 공유메모리에 16개까지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할 수 있는 대칭형멀티프로세싱(SMP) 구조인 「SX5/16A」 기종의 CPU에 장애가 생겨 슈퍼컴퓨터가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시스템이 다운되는 현상은 종종 생기는 일이며 본가동에 앞서 발생한 것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슈퍼컴퓨터 공급업체인 NEC측도 『당초 6월초 슈퍼컴퓨터 본가동 일정에 급하게 맞추기 위해 「SX5/16A」에 버전이 서로 다른 CPU를 탑재해 시스템 장애가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CPU의 버전을 동일한 것으로 모두 교체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컴퓨터전문가들은 「SX5/16A」의 불안정한 시스템 아키텍처상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SX5/16A」의 경우 기존 NEC의 CPU당 연산처리속도가 2기가플롭스(Gflops)인 「SX4」 슈퍼컴퓨터 후속기종으로, 입출력장치와 인터페이스, 버스속도 등 시스템 아키텍처는 4Gflops에 적합하도록 설계했지만 CPU 처리속도만 8Gflops로 높여 시스템상에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중소형급 차종 설계에 엔진만 대형급으로 올린 격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수해에서도 기상청이 NEC의 최신 슈퍼컴퓨터를 새롭게 도입했지만 이의 성능을 100% 활용하지 못해 기상예보의 신속성과 정확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기상청은 『슈퍼컴퓨터는 관측장비를 통한 기상정보의 고속연산 처리기능에 주안점을 둔 것』이라며 『무엇보다 집중호우나 악기상 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SX5/16A」기종에 이어 보조시스템인 「SX5/8B」를 내년 6월까지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기상예보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을 경우 이같은 NEC의 슈퍼컴퓨터 도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