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가 소형 가전사업을 각 사별로 차별화된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가전 3사는 소형 가전제품을 대리점들을 위한 구색상품 또는 고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도구로 치부해왔다. 때문에 가전 3사의 입장에서 소형 가전사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으며 사업전략 또한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즉 소형 가전제품은 되도록 좋은 품질로 값싸게 공급함으로써 주력제품인 AV나 백색가전제품을 찾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미끼로 활용해온 셈이다.
따라서 가전 3사의 소형 가전사업은 수익성이라는 사업의 본질을 외면하고 대리점망과 주력제품의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명분아래 악순환을 거듭하는 처지로 내몰렸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이같은 소형 가전사업의 악순환 고리는 IMF라는 외부충격에 의해 일거에 끊어져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수익성을 최고 선으로 삼는 IMF하의 경영풍토아래 가전 3사는 수익성이 없는 소형 가전사업에 대수술을 단행했다.
수술의 칼은 제일 먼저 채산성없는 OEM의 축소 내지는 단절이었다. 지난해에만 각사별로 연간 최고 2000억원에 달하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주액을 1000억원 미만, 총 40여곳에 달했던 OEM 거래선 수도 절반 이하로 크게 줄였으며 올해에도 지난해보다 36% 감소한 1400억원 규모로 축소시킨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또 소형 가전 취급품목도 대폭 축소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기밥솥·선풍기·가습기·로터리히터·청소기 등만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 제품은 모두 생산을 포기했다.
LG전자도 가스오븐레인지·가스레인지·전기밥솥·청소기·식기세척기·다리미를 제외한 제품은 생산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우전자는 아예 소형 가전 생산을 포기하고 외부조달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가전 3사는 이처럼 소형 가전사업을 대대적으로 슬림화시키면서도 각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채산성이 있는 몇몇 제품만을 직접 관장하는 대신 채산성이 떨어지는 제품에 대해서는 제품의 조달과 공급을 전문업체들에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계열사인 노비타를 비롯, 한국리빙·라이텍·소코치 등 4개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들에 각종 소형 가전제품을 자사 대리점에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소형 가전제품을 군별 또는 지역별로 나누어 이들을 각각 노비타·스코치·아인즈라는 브랜드로 통일시켜 판매토록 하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자사가 취급하지 않는 모든 제품의 조달과 판매를 하이프라자에 일임시켰다. LG전자는 자사가 취급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LG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물론 아직까지 하이프라자가 독자적인 브랜드를 도입하는 것도 막고 있다.
LG전자는 대신 하이프라자에 제조업체의 브랜드가 붙은 제품을 자사 대리점들을 통해 그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조자 브랜드 전략을 쓰고 있다.
대우전자는 한신유통에 상당한업무를 이관했지만 브랜드만은 대우 브랜드로 통일시키는 자사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소형 가전사업에 대해 가전 3사가 이처럼 각기 시도하고 있는 멀티브랜드·제조자브랜드·자사브랜드 전략이 과연 채산성이 떨어진 소형 가전사업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관계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