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타인의 ID를 부정한 방법으로 알아내 이를 사기 등의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게이머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말 성동경찰서는 부정하게 절취한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의 게임속 아이템을 팔아넘기려 했던 고교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자주 들르던 PC게임방에서 이 업소 주인 지씨의 ID와 패스워드를 알아내 타 게임방에서 지씨의 ID로 접속한 뒤 그 동안 지씨가 벌어들인 각종 아이템을 자신들의 ID에 옮겨 놓고 이를 20만원 가량에 팔아넘기려 했다.
경찰은 도난당한 자신의 아이템을 찾아달라는 지씨의 신고에 따라 게임제작사인 엔씨소프트의 협조로 ID를 역추적한 끝에 이들을 검거했으며 이 사건은 사이버시대의 새로운 절도사건으로 기록됐다.
최근 이처럼 ID를 절취당해 그 동안 정성스럽게 축적했던 능력치와 아이템을 잃어버렸다며 게임제작사를 방문, 항의하는 게이머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게임방이 늘어나면서 게임방에서 자신의 ID를 절취당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데, 악의적인 사용자가 해킹 프로그램인 「백 오리피스」를 특정 PC에 깔아놓은 다음 타인이 그 PC로 온라인게임에 접속을 시도하면 자신이 타인의 PC에 접속, 패스워드를 알아내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또 자신이 게임서비스 업체의 관리인이나 집행관이라고 사칭하고 게이머에게 편지를 보내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능력치와 아이템을 절취하는 운영자 사칭 사기도 급증하고 있어 게임서비스 업체들은 게시판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이렇게 부정하게 절취한 능력치나 아이템을 한 사람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에게 중복 판매한 뒤 종적을 감춰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절도사건이 늘어나자 게임서비스 업체들은 ID나 아이템을 사고팔지 못한다고 못박고 있으나 게이머들사이에는 이러한 판매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피해 사례가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절도사건은 일부 사용자들이 이러한 절도행위에 대해 별 죄의식없이 재미로 생각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안겨다 준다. 이를테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사이버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별다른 죄의식을 못 느낀다는 것. 결국 이같은 생각으로 인해 범죄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게임속에서 축적한 아이템도 엄연한 재산이므로 이를 부정하게 절취해 타인에게 팔아넘기는 것은 당연히 절도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를 구입한 사람도 장물을 취득한 범죄행위에 해당된다는 것.
넥슨의 정상원 개발팀장은 『시스템의 해킹에 의해 패스워드가 유출되는 것은 게임서비스사의 책임이지만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해 절취당한 것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책임』이라며 『일반 사용자들도 자신이 애써 모은 재산의 유출을 막기위해 설사 친구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며 사용자들의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일부 몰지각한 게이머들의 의식 전환을 지적하기도 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