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업계에 급속히 확산되던 프리PC마케팅 열풍이 시들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최근 인터넷서비스업체와 연계해 자사 PC를 최장 36개월까지 장기 할부판매하는 신종 마케팅기법을 경쟁적으로 도입, 실시했으나 지난 두달 동안 매출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일시불 판매보다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조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지난 6월부터 유니텔과 공동으로 PC 장기할부 판매(프리PC마케팅)를 실시해 총 1500여대를 판매했으나 이는 월 평균 판매량의 2% 수준에 불과함에 따라 다음달부터는 장기할부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장기할부 판매행사 기획에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구매옵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나 실질적으로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적어 앞으로도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통신(대표 강병호)은 지난 두달 동안 PC 장기할부 판매행사에서 월 1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대우통신은 이에 따라 장기할부 판매를 이달말로 중단하고 다음달부터는 새로운 판촉행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대우통신은 새로운 방법으로 인터넷을 하루 8∼10시간씩 사용하는 전문가층에게 할부금을 받지 않는 진짜 프리PC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와 LGIBM(대표 이덕주)도 PC 내수판매에서 차지하는 할부판매 비중이 각각 3%, 10% 안팎에 불과하며 그나마 최근 정부가 저가PC를 대량 공급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장기할부 주문이 현저한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장기할부판매를 실시했던 현주컴퓨터(대표 김대성)는 지난 두달 동안 총 6700여대의 PC를 판매해 그마나 나은 실적을 올렸으나 내부적으로 일시불판매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 최근 할부판매 지속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신규 PC 수요창출이 예상되던 장기할부 판매가 의외의 부진을 겪는 것은 일반소비자 입장에서 36개월 할부구매가 일시불구매에 비해 별다른 이점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통신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인터넷사용을 조건으로 무상제공하는 공짜(Free) PC까지 등장한 마당에 장기할부로 PC를 판매한다 해서 소비자가 크게 선호할 상황이 아니다』고 인정하면서 『많은 관심을 끌며 시작된 할부판매도 결국 평범한 일회성 판촉이벤트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