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마니아인 K씨는 얼마전 그래픽 카드를 구매했다가 크게 실망했다.
20만원에 가까운 부두3 3000 그래픽 카드를 구매했으나 기대한 만큼의 화질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8MB 3D 그래픽 카드보다야 나아지기는 했지만 친구에게 빌려본 10만원대 이하 반타 그래픽 카드와 비교해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K씨가 이같은 실망을 느꼈던 것은 그가 기존에 갖고 있었던 모니터 때문. 데스크톱 사양만으로는 펜티엄 셀러론 CPU, 메인메모리 32MB, 하드디스크 4.3GB 정도로 부두3를 운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모니터가 15인치 제품인 것이 문제였다.
이처럼 최근들어 자신의 사양에 맞지 않는 고급형 제품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청된다.
가장 많이 낭패를 보는 제품이 그래픽 카드다. K씨처럼 3D 게임을 즐기기 위해 고급형 3D 카드를 샀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최신 PC 대부분이 8MB 메모리의 저가형 그래픽 카드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데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아예 고급형 그래픽 카드를 샀다가 실망을 하게 되는 것.
이는 대부분 모니터 때문이다. 일반적인 15인치 모니터에서는 1024×768 75㎐ 해상도 지원이 대부분이고 고급형만 1280×1024 75㎐를 지원한다.
1280×1024 해상도를 지원하더라도 실제로 부두3 등의 고가형 그래픽 카드는 고해상도의 대형 모니터에서만 구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10만원대의 반타 카드나 새비지 3D, 부두 밴시 카드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만약 CPU가 펜티엄Ⅱ 266㎒나 AMD K62 266㎒ 이하라면 또한 그래픽 카드가 아무리 좋아도 성능의 차이는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다. 최근 선전을 하고 있는 AGP 4배속 지원 그래픽 카드도 그림의 떡이긴 마찬가지. AGP 4배속 지원으로 속도가 향상된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현재 나와 있는 최신 보드에서도 AGP 2배속만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보드가 지원하지 않고 있는 제품으로는 하드디스크도 마찬가지.
울트라 ATA 66규격의 고속·고성능 하드디스크가 최근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역시 아직까지 이 규격을 지원하는 메인보드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올 여름경에는 나올 것으로 예정됐던 인텔의 카미노(I820) 칩세트의 출시시기가 늦춰졌기 때문.
카미노 칩세트가 지원할 것으로 예정된 AGP 4배속 그래픽 카드 지원, 울트라 ATA 66 하드디스크 지원 등이 각각의 주변기기들에서는 이미 제품이 나왔지만 칩세트와 메인보드가 출시되지 않아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발표돼 국내에서도 이달말에 본격적으로 출시될 AMD의 애슬론(K7) CPU를 지원하는 메인보드들이 대부분 AGP 4배속과 울트라 ATA 66규격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 문제는 9월부터는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인텔 CPU를 사용하려면 9월말 이후 출시되는 카미노 칩세트를 이용한 메인보드가 출시돼야 이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구형 시스템을 갖고 있으면 최근 잇따라 출시되는 10GB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BX메인보드를 갖고 있더라도 작년 버전의 바이오스가 설치돼 있다면 8GB 이상의 하드디스크는 인식할 수 없다. 이럴 경우는 최신의 바이오스를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해결은 되지만 대부분의 초보자들에게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무조건 주메모리 용량이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어도비·포토숍 등 전문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복잡한 그래픽 작업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홈 PC 사용자들에게는 64MB 이상의 주메모리는 불필요하다. 오히려 지나치게 과다한 메모리를 설치하면 시스템이 느려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 새로운 PC를 조립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으로 400㎒ 이상의 속도를 갖는 CPU와 64MB의 주메모리, 8∼10GB 용량의 하드디스크, 3D 하드웨어 액셀러레이션이 가능한 PCI 사운드 카드, 리바 TNT급 이상 16MB 메모리를 갖춘 3D 그래픽 카드, 보급형 17인치 모니터 등을 들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이 정도 사양으로 PC를 조립하려면 150만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