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PC와 TV의 전쟁

 컴퓨터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놀라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크기를 점점 줄여 80년부터 개인용컴퓨터(PC)가 대중화되고 문자 기능을 강화시켜 타자기를 대체했다.

 다시 음성과 영상 기능을 추가해 TV영역을 침범할 지경에 이르니 지금까지 아날로그 기술에 안주하면서 디지털은 너무 인공적이며 품격과 자연미가 없다고 고집하던 TV쪽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택하고 있다.

 디지털TV는 전화 기능은 물론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만 하던 방송에서 각종 정보의 보관·주문·응답이 쉽도록 기능이 다양해지고 화면은 크고 선명해지며 설치는 간편하게 벽에 거는 벽걸이TV가 보편화할 것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해 청(VOD)할 때 사람들은 PC보다 습관에 따라 TV쪽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듣고 싶은 음악을 청(MOD)해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전자상거래도 지금은 PC를 이용하지만 홈쇼핑에 익숙해진 가정일수록 앞으로는 TV를 이용할 것이다.

 이와 같이 PC와 TV는 둘 다 각종 학술정보는 물론 기술과 시장에 관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되겠지만 가정에서 학생의 방은 PC가, 거실은 TV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생태적으로 학문과 산업에 적합한 PC와 일상생활의 반려자로 태어난 TV 영역의 변화는 크지 않겠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의 지적 수준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PC와 TV는 받침대나 벽에 고정돼야 하는 한계성을 갖는 반면에 사람들의 이동성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동통신장비와 PCS·PDA·전자수첩·노트북PC 등 휴대형 정보단말기의 기능도 더욱 간편하고 다양해지며 지능상품으로서 위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새 차원의 세계가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방송중인 디지털TV방송을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2002년 월드컵대회를 치르게 될 우리가 세계에 기술을 과시하고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좋은 기회다.

 다행히 디지털 이동전화장비와 정보단말기 생산에 필요한 기술은 정상급이며 연관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거대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문명의 차원을 높이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역사적인 좋은 기회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4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서 무한한 잠재력과 파급효과를 갖는 새로운 사업기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발빠르게 대응하는 자국 정부와 기업들의 전략·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보고서 「떠오르는 디지털경제(The Emerging Digital Economy)」를 발표했다.

 새롭게 단장되는 인류문명은 지식과 정보의 유통이 일반화되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지배자가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던 과거의 독점과 지배의 시대는 가고 지식과 정보를 선점해 경쟁력을 키우는 선점과 경쟁의 시대가 된다.

 여기서 경쟁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싸움이다. 지식과 정보를 선점해 경쟁자보다 높은 부가가치, 즉 인성가치와 경제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식이 가치를 창출하는 지가(知價)사회에 들어섰다.

 우리는 공산국가들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던 지난 90년을 전후해 러시아와 동구권의 좋은 기계들을 사다가 전자장치를 부착, 자동화한 후에 국내와 해외에 판매했다. 품질이 좋은 기계산업은 지식기반산업이다. 좋은 기계의 자동화는 한 수 위의 지식산업이다.

 요즈음 지식혁명·지식경영·지식사회 등 지식이란 말이 강조되고 유행한다. 아마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경제·사회·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사고의 패러다임마저 바뀌는 이때에 국민의 의식수준을 선진화하려는 의도적 노력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탁상공론이나 하는 지식사회에 머물지 말고 새롭게 출현하는 각종 정보단말기를 이용,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 보다 높은 인성가치나 경제가치를 만드는 성숙한 지가사회(知價社會)를 가꾸어가야 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