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산업전자 신기술의 산실 (20);삼진전산

 삼진전산(대표 전주호)은 지난 87년에 설립된 후 10년 넘게 자동인식 분야 한 길만을 걸어 온 자동인식시스템 전문업체다. 주로 외국 제품을 사다가 국내에 공급하는 유통업체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국내시장에서 자기상표로 제품을 개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몇 안되는 제조업체다.

 이 덕택에 매출액은 비록 20억원 안팎이지만 기술력만큼은 어느 업체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이는 전주호 사장의 남다른 기술개발 열의와 독특한 경영지론에서 연유한다.

 『회사설립 이전까지 포함하면 자동인식 분야에 몸담은 기간이 20년이 넘습니다. 국내에서 바코드를 시작으로 자동인식시스템 시장이 형성될 때 유통에 집중했다면 아마도 회사 외형만큼은 크게 성장했을 겁니다. 하지만 유통은 단기적으로는 재미를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회사는 물론 업계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돈보다는 기술쪽을 고집한 것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기업 중 하나이기보다는 국내 자동인식 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고집 때문이죠.』

 전 사장은 비록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덕택에 국산제품이 드문 자동인식 분야에서 지금까지 삼진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품만 10여종에 이른다. 지난 91년 무선인식(RF ID)카드와 바코드 판독기를 국산화했으며 94년에는 바코드 디코더를 개발했다. 또 이를 기반으로 키보드 에뮬레이터·주차요금 관제시스템·무선인식 컨트롤러 등 자동인식 기술을 응용한 시스템을 잇따라 선보였다. 하지만 저가 외산제품 때문에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것 이외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삼진은 이같은 자동인식 기술력을 기반으로 최근 「하모두시스템」을 개발하고 전사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제품 만큼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무선인식기술을 이용해 카드 하나로 전자지갑·전자화폐·출입통제·근태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사원신분증·공무원증·출입증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RF ID카드 하나로 모든 생활이 가능한 올인원(All in One)시스템인 셈이다.

 실제로 삼진은 이미 이 제품을 효성에 공급해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았으며 최근에는 중국수출을 위해 활발한 물밑 교섭을 벌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전 사장은 『자동인식기술을 총 집대성해 개발한 하모두시스템에 전사 차원에서 승부를 걸 정도로 큰 비중을 두고 있다』며 『마케팅과 영업력만 뒷받침된다면 내년경에 이 분야에서만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어 전 사장은 좀 돌아서가더라도 기술력 위주로 정도를 걷는 기업이 최후에 웃는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