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왈리드앨로마가 대우전자의 대부분의 자산과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에 대해 부품업계 전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와의 빅딜이 「없었던 일」로 결정됐던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부품업계는 대우전자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단지 대우전자에 부품을 공급했던 협력업체들만이 빅딜무산을 반기며 사업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대우그룹의 공중분해가 기정사실로 확인되고 대우전자 역시 그 와중에 해외업체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품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대우전자 협력업체들은 물론 삼성전자·LG전자 협력업체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의 전개를 예의 주시하기에 이르렀다.
부품업계가 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자산과 사업부문 매각으로 인해 기존 대우전자의 부품거래선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인수하는 업체가 새로운 부품수급정책을 도입할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존 협력업체들은 거래를 계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걱정거리였고 대우전자와 거래관계가 없는 업체들은 새로운 거래선을 뚫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대우전자 문제는 대우전자 협력업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부품업계 전체의 관심사로 부상했다』며 『특히 대우전자가 사업부문별로 분할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던 최근까지 모든 부품업체들이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부품업계에 떠돌았던 소문은 대우전자의 TV·VCR사업부문은 T업체가, 모니터 사업부문은 E업체가 인수한다는 데에 집중돼 있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같은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협력업체의 변경은 기정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회사의 부품구매시스템이 체계적이고 까다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특히 T업체의 경우 한국은 물론 홍콩·싱가포르·유럽 등 대여섯 군데에 부품구매본부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지에서 생산되는 부품을 서로 비교해 더욱 싸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거래선변경쪽에 무게를 실었던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우전자가 지난 13일 미국 투자회사 왈리드앨로마에 부분매각된다고 공식 발표됨에 따라 상황은 약간 달라졌다. 특히 대우전자 양재열 사장은 발표에서 『대우전자와 기존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는 변동없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대우전자의 기존 협력업체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부품업체들의 걱정과 기대가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발표대로라면 왈리드 앨로마가 인수하기로 한 것은 대우전자 전체 사업부문 가운데 75% 정도. 나머지 25%는 그대로 대우전자가 운영하게 된다. 이와 함께 왈리드앨로마를 대신해 대우전자의 경영권을 행사할 뉴덱은 또 다른 업체를 설립, 생산·영업 부문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부품업체들이 관심을 거둬들이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영권의 주체가 바뀐 만큼 업계의 판도를 바꿀 정도의 큰 변화는 없더라도 약간의 변동은 있을 것이라는 점이 업체들의 예상이다.
특히 해외업체들의 경우 모든 면에서 원칙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추측은 그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
더욱이 올해들어 부품업체들의 경쟁은 거의 극에 달한 상황이다. 올해 전반기에는 말할 것도 없이 하반기에도 저가경쟁은 여전히 기승을 부릴 태세다. 몇몇 업체의 경우 공공연히 이를 밝히는 실정이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유지된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품업계는 또 한바탕 경쟁의 회오리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전자 문제가 부품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이 때문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