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밀레니엄에 도전한다 (33);시그마컴

 시그마컴(대표 주광현)은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짧고 수입업체가 난립해 이익확보가 쉽지 않은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창업 1년만에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시그마컴은 브랜드 인지도가 매출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일반 그래픽카드 소매시장에서 짧은 기간에 성과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일정한 자본력과 생산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PC제조업체에 대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공급에서도 착실히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2개월간 시그마컴의 매출액은 25억원. 이같은 매출실적은 현재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업체 중에서 매우 큰 규모다. 이 회사는 비수기인 휴가철에 매출이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간다면 올해 150억원의 매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이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성장은 일반소비자 시장에서 쌓아온 높은 제품평가가 PC제조업체들에까지 알려지면서 공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 현재 시그마컴과 거래하고 있는 PC제조업체들은 홈PC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주컴퓨터, 세진, 삼보컴퓨터, 주연테크 등이다.

 최근 시그마컴은 삼성전자, LGIBM 등 국내 대형 PC제조업체들에 대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시설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대형 PC공급업체들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제조라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회사는 고객지원 인력을 대폭 강화해 AS에 취약한 수입제품과 차별화한 AS체제를 구축, 비교우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시그마컴이 매우 짧은 기간에 이같은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을 바로보고 적기에 제품을 내놓는 전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설립된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기업의 부도가 잇따르던 지난해 9월. 이 때는 국내 그래픽카드 업계의 쌍두마차였던 가산전자와 두인전자의 잇따른 부도로 국내 PC주변기기 제조업계에 위기의식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시그마컴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진출한 후발업체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가산과 두인의 부도로 혼란을 겪던 유통업체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을 발빠르게 추진했다. 아울러 매출액의 7%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그래픽카드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간 것이 이와 같은 큰 성과를 낳았다고 회사는 평가하고 있다.

 시그마컴은 이달 말 경기도 분당으로 사무실을 이전할 계획이다. 늘어나는 생산량을 외주로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무엇보다도 무선통신과 미래 육상공중망 이동통신(IMT2000)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금의 사옥이 좁다는 판단에서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주광현 사장 일문일답>

 -시그마컴의 빠른 성장비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소비자시장 개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i740」 이후 소매시장에서의 제품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사업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매시장에서 제품의 신뢰성을 인정받으면서 PC공급업체들의 주문량도 늘어나 소비자들의 평가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픽카드 시장이 갈수록 대형화하면서 국산 그래픽카드 업체의 입지가 좁아질 우려가 있는데.

 ▲최근 칩세트업체와 카드공급업체의 잇단 M&A추세가 국산 그래픽카드 업계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산 그래픽카드 공급업체가 모든 PC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개발업체의 몫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고 제조기술도 외산 못지않은 강점을 갖추고 있다.

 -시그마컴이 신규로 진출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그래픽카드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설립 당시부터 꿈꿔왔던 무선통신 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멀티미디어를 근간으로 하는 통신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디지털 TV용 솔루션과 IMT2000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옥이전도 표면적으로는 제조를 위한 시설투자 개념이지만 IMT2000과 무선데이터통신 등의 신규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시그마컴이 그래픽카드 분야외에 내놓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디지털TV용 제품이 될 것이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