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세계적인 대형 정보기술(IT)업체들 사이에 인수합병이 잇따르면서 이 부문의 국내시장 구도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6월 일본 후지쯔와 독일 지멘스그룹이 유럽에서 컴퓨터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이달들어 미국 대용량 저장장치업체인 EMC가 본사차원에서 중대형컴퓨터업체 데이터제너럴을 인수하고, IBM이 시퀀트컴퓨터시스템스를 합병하기로 함에 따라 세계 중대형컴퓨터시장에 일대 판도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후지쯔·지멘스정보시스템·한국EMC·한국데이터제너럴·한국IBM·시퀀트코리아 등 관련업체의 한국 현지법인들도 이같은 인수합병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본사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후지쯔(대표 안경수)는 일본 본사가 지멘스그룹과 PC를 비롯한 윈도NT와 유닉스서버 등 중대형컴퓨터 관련 개발·제조·판매업체인 「후지쯔 지멘스 컴퓨터」사를 새롭게 설립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에도 두 회사 조직에 변화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국내의 경우 550명의 인력에 99년 회계연도(99년 4월∼2000년 3월)의 매출목표를 2550억원으로 잡은 한국후지쯔와 직원 35명에 99년 회계연도(98년 10월∼99년 9월) 2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는 지멘스정보시스템(대표 여인갑) 사이에 기업간 통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럴 경우 새로운 통합회사는 그동안 한국후지쯔가 쌓아온 유통·제조부문과 지멘스정보시스템이 강세를 보인 통신부문 등에서의 시너지효과로 국내 중대형컴퓨터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국후지쯔와 지멘스정보시스템측은 아직 본사로부터 구체적인 메시지를 받은 바 없어 두 회사의 조직운영 방안은 이달 말쯤 이와 관련한 본사차원의 결정에 따라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EMC(대표 정형문)와 한국데이터제너럴(대표 손영진)도 본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외견상 국내 조직운영 방식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데이터제너럴의 한 관계자는 『본사와 마찬가지로 한국EMC에서 저장장치와 서버를 별도조직으로 가져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조직의 흡수여부에 대한 논의는 올해 말쯤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한국EMC는 본사차원의 인수를 통해 한국데이터제너럴의 중형급 저장장치인 「클라리온」을 조만간 국내에서도 함께 취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한 오픈시스템용 저장장치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IBM과 시퀀트코리아(대표 이상일) 역시 본사의 인수합병에 따라 국내에서의 조직통합작업이 올해 안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두 회사는 최근 미국 본사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우 시퀀트조직을 IBM의 별도 사업부서로 완전 흡수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같은 형태의 조직통합작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시퀀트코리아라는 법인은 없어지고 이 회사가 보유한 cc누마(비균등메모리액세스)아키텍처 기반의 유닉스서버 「누마 시리즈」는 한국IBM의 중대형사업부 소속의 별도 제품으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IBM은 조만간 기존 윈도NT서버 「넷피니티」와 고성능 유닉스서버 「RS/6000」 사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제품군을 형성, 중대형컴퓨터사업에 한층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