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최근 일본 A사와 삼성영상사업단의 비디오유통부문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파문이 일고 있다.
삼성이 현재 부문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대는 일본의 한 투자전문회사.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게임 분야 등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일본의 M&A 전문업체라는 것만 알고 있다』고 말했으나 충무로 등 영화계와 영상업계에서는 A사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일단 이 회사에 비디오유통 전문업체인 스타맥스를 넘기는 조건으로 100억원의 매각대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A사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최근 스타맥스의 자산상태 파악 등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사업단 전체 매각을 추진했던 삼성이 부문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그동안 진행해온 미국 투자회사인 시티코프측과의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서 결렬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에 따라 영화와 비디오부문을 쪼개 인수자가 나타나는 대로 매각한다는 방침 아래 외자 유치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방침의 속내는 그룹구조조정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전체 매각을 고집할 경우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는 그러나 국내의 대표적인 비디오 전문회사인 스타맥스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다는 삼성측의 방침에 적지않은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측이 영상산업에 진출하면서 「우리영화 등 영상산업 보호를 위해 참여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놓고는 이제 와서 그것도 일본 기업에 국내의 대표적인 영상업체를 넘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자산 및 부채 등을 청산하면 삼성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받을 인수대금은 20여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 『삼성의 「실적쌓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대목은 스타맥스가 앞으로 영상산업의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통업체」란 점이다. 일본이 외국 기업의 제조업 진출은 허용하면서 유통업 진출에 대해서는 극구 장벽을 쌓아온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이 국내 영상업계의 자존심을 뭉갤 수 있는 일을 벌이고 있다』면서 『제조업체들을 매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영상·문화관련 기업을 처리해서는 안된다』고 방침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