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들의 일본 프로그램 모방이 위험 수위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진흥원(원장 이경자)이 최근 내놓은 「방송 프로그램 모방의 현황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송사들의 오락·연예 프로그램은 포맷·아이디어·연출기법·내용 등의 측면에서 일본 프로그램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있거나 상당 부분 유사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SBS의 「게임쇼 하이파이브」의 경우 일본 TBS의 「세키구치히로시의 도쿄 프랜드파크 2」와 진행자 구성, 출연자의 등장방법, 게임내용, 세트 등이 유사했으며, MBC의 「해결 대작전,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신동엽의 신장개업」 코너는 프로그램의 내용과 형식, 진행자의 표정과 대화내용 등이 도쿄TV 「사랑의 가난 탈출 대작전」과 비슷했다.
이밖에 KBS2 「강남길, 이성미의 요리쇼」는 후지TV 「이구에, 이모리의 요리팡팡」과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는 TBS의 「여기가 이상해요 일본인」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들어선 특히 진행자나 진행방식의 유사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KBS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SBS 「기쁜 토요일」 「최고의 밥상」 등과 같은 버라이어티쇼에서 볼 수 있는 다수의 진행자가 출연해 코너를 진행하는 방식은 TBS의 「여기가 이상해요 일본인」 「정글TV」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KBS2의 「서세원쇼」, SBS 「김혜수 플러스 유」와 같은 토크쇼에서 진행자가 차트를 이용해 질문하거나 답변하는 방식도 다수의 일본 프로그램에서 발견되고 있다.
제스처와 소품도 매우 유사하다. KBS2 「일요일은 즐거워」,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만들기」에서 발견되는 출연자들의 황당한 행동이나 진행자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웃는 모습 등도 TBS의 「정글TV」 등 다수의 버라이어티쇼에서 발견되고 있다.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등에서 진행자가 특이한 의상이나 동물 캐릭터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것도 일본 프로그램에서 이미 시도하고 있는 형식이다.
한편 방송3사 제작진 30명을 대상으로 표절실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심각하다」(39%)고 느끼는 제작자와 「심각하지 않다」(34%)고 느끼는 응답이 비슷하게 나와 표절의 한계에 대해 제작자들의 개념 정의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자들은 모방의 원인을 시청률 경쟁, 기획기간 부족, 자질윤리문제, 제작비 부족, 외부 압력 등의 순서로 꼽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