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교환기 수요처인 한국통신이 경영혁신 차원에서 교환기 조달방식을 연간단가방식으로 전환해 대우통신과 한국루슨트를 대상으로 20일 입찰을 실시, 결과에 따라서는 국내 교환기업계가 타율에 의한 구조조정 상황으로 내몰리는 등 교환기 시장에 일대파란이 예상된다.
한국통신은 22개 시스템 약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2000년도 신설 교환기(TDX100급 이상) 물량에 대한 연간단가방식 입찰을 실시한다. 한국통신은 대우통신 혹은 한국루슨트가 응찰을 포기, 자동 유찰되더라도 이같은 방식의 입찰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통신이 1년치 소요물량을 한번의 입찰을 통해 결정하게 되면 수주업체로서는 안정적인 생산공급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교환기 영업을 거의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는 심각한 사태가 초래된다.
이에 따라 대우통신이 이번 입찰 물량을 따낼 경우 현재 TDX100 기술이전 및 상용화가 진행되는 국내 교환기 4사가 시장을 지킬 수 있지만 한국루슨트에 낙찰된다면 국내 업체들은 안방을 외산에 완전히 내준 채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루슨트는 지난해 말 한국통신이 실시한 99년도 신설 교환기 9개 시스템 입찰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무려 5억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응찰, 수주에 성공한 바 있어 국내 교환기업계의 위기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한국루슨트가 우월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번 입찰에서도 예상외의 저가격을 제시, 2000년도 물량을 싹쓸이한다면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한국통신에 교환기 입찰을 납기별 또는 국별로 몇 차례 나누어 시행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와 함께 『만약 한국루슨트가 이번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된다면 국가 기간망인 한국통신의 전화망이 외국산 교환기로 채워지는 사태가 에상된다』며 『이는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찰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그간 국내 교환기산업의 보호육성 차원에서 국내 업체들의 나눠먹기를 암묵적으로 인정해 왔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제는 국내 교환기업계의 기술 수준도 본궤도에 진입했고 한국통신 역시 기업 효율을 우선시해야 할 시점』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발주방식은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이번 입찰 역시 국내 업계의 요구에 따라 갑작스럽게 기준을 변경한다면 자칫 미국과의 통상마찰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기간망이 외산 교환기로 모두 채워지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국산과 외산 어느 한쪽이 독식하지 않도록 물량을 한두 차례로 나눠 입찰을 시행,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