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P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MP3플레이어의 대중화 원년을 맞아 신규업체들의 잇단 시장 참여로 업체들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요즘들어 주요 타깃인 신세대 네티즌들을 겨냥, 톡톡 튀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디자인 부문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수많은 종류의 MP3플레이어가 쏟아져 나와 제품간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소비자들이나 바이어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음질이나 기능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겉모습이 눈에 띌 정도로 확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선발업체들의 초기모델보다는 후발업체들의 최신모델 가운데 외형상 눈에 띄는 제품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신세대 소비자들은 음질이나 기능을 꼼꼼히 따져보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에 많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디자인이 튀어야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라는 게 업체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래서 인지 요즘 들어 처음 본 순간에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깜찍한 외형을 갖춘 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특히 유럽이나 미국시장을 겨냥한 제품보다는 한국·일본·홍콩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주 타깃으로 한 제품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가장 먼저 세계 최초형·최경량 모델을 개발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아이앤씨의 「포켓 디지털 오디오(PDA)」의 경우 제품 사이즈가 가로 53㎜, 세로 46㎜, 두께 16㎜로 명함의 절반크기에 중량도 28g에 불과할 정도로 경박단소화를 실현한 덕분에 일본 본토에서 발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통해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아이앤씨의 PDA가 출시된 이후 제품 사이즈와 무게를 더욱 줄인 제품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에서도 시원테크가 개발한 「MP WOW」는 단순히 제품 크기와 무게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업계 처음으로 MP3플레이어에 패션과 팬시기능을 도입함으로써 벌써부터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수출오더가 폭주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벤처기업으로는 드물게 자체 디자인실을 운영하고 있는 시원테크가 선보인 MP WOW는 가로 45㎜, 세로 65㎜, 두께15㎜로 지포라이터만한 사이즈에 중량도 25g에 불과해 여러가지 액세서리를 이용, 삐삐처럼 허리에 차고 다니거나 목에 걸고 다니거나 팔뚝에 차고 다닐 수 있을 뿐 아니라 메인조작버튼을 분리할 수 있어 신세대들의 개성연출에 한몫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에이맥정보통신이 새로 개발한 보급형 모델인 「HAN­14XM」의 경우 초소형·초경량을 실현했을 뿐 아니라 요즘 신세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속이 들여다 보이는 누드타입의 디자인을 채택함으로써 일본을 위시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바이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니텍전자는 사이버시대 신세대 감각에 맞는 심플한 디자인에 업계 처음으로 제품 디자인에 성개념을 도입, 남성미를 강조한 「로미」와 여성미를 내세운 「줄리」를 동시에 발표했는데 특히 줄리는 삐삐보다 작은 소형사이즈에 무게가 가벼워 신세대 여성들이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가온이 개발한 「티티아」와 바롬테크에서 선보인 「뮤즈엠」, 뷰컴에서 선보인 「디바」 등 후발 벤처기업들이 발표한 이들 제품은 초소형·초슬림·초경량을 실현했을 뿐 아니라 디자인에 있어 제품 차별화에 무게 중심을 둔 대표적인 제품들로 손꼽히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신세대들은 『나는 남과 다르다』는 신개성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를 도입함으로써 디자인으로 승부하려는 업체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의 겉모습이 일단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MP3플레이어도 결국은 음악을 감상해야 하는 오디오 제품인 만큼 시장 진입 단계에서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으려면 외형 못지않게 디지털 음질을 제대로 구현하는 데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