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 떠난 대덕연구단지에 벤처기업이 빈자리 메운다

 대덕연구단지가 「벤처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민간기업 부설연구소들의 대덕연구단지 이탈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의 입주는 줄을 잇고 있다.

 대덕단지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앞다퉈 창업보육사업에 나서면서 이들 센터에 입주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예 연구단지내 자체 건물을 확보해 입주하는 벤처기업도 등장, 명실상부한 「벤처기업의 산실」로 변모하고 있다.

 8월 현재 정보통신 벤처기업 60개사가 입주해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업지원센터는 올 연말까지 75개사가 입주할 수 있는 창업지원2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ETRI 창업지원센터는 이에 따라 이곳에 우선 35개 기업을 입주시키기로 하고 모집공고를 낸 상태이며 10월께 나머지 입주기업을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이 운영하는 KAIST 캠퍼스내 창업보육센터에는 도남시스템 등 33개 기업이, 한국통신 제1연구센터 4·5층에는 소프트나라 등 83개 기업이 각각 입주해 있는 등 총 116개 기업이 정보통신·부품·기계분야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전시가 운영하는 대덕연구단지 대전중소기업지원센터에도 현재 오픈이앤씨 등 28개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와 별도로 연구단지와 인접한 제4공단에 있는 다산관에는 아이티 등 정보통신·기계분야 벤처기업 9개사가 입주해 있는데 대전시는 제4공단에 장영실관을 건립해 연구단지와 4공단을 연계한 벤처창업타운 건설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대전엑스포 과학공원내에도 정보통신 벤처기업의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사이버엑스포가 입주한 데 이어 최근 엑스포기념재단 건물에 지씨텍·인터시스·브이알토피아·다림비전·다림제어기술 등 5개의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입주를 마치거나 막바지 입주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별도의 건물을 설립해 입주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다음·한백·운상정보통신·에이스 등이 이미 별도 건물을 건립, 입주해 있으며 욱성전자·해동정보통신·오름정보통신·덕인 등 4개 기업도 연구단지내에 자체 건물을 마련, 입주할 계획이다.

 이처럼 연구단지내 벤처기업 입주가 가속화되면서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는 벤처기업에 연구시설을 대여해 산학 공동연구를 추진할 산학연공동연구센터를 오는 10월께 설립키로 하고 현재 17개 정보통신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 대전SW지원센터도 최근 50억원의 자금을 마련, 기업 구조조정으로 비어 있는 한화연구소 건물을 임대차해 창업보육센터를 거친 SW기업들을 입주시킬 계획으로 작업을 추진중이다. 대전SW지원센터는 이곳에 중견기업까지 입주시켜 각 연구소가 개발한 첨단 SW기술을 상품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전SW지원센터는 액팀스 등 7개 SW기업을 보육중이나 별도의 센터가 건립될 경우 30여개의 SW벤처기업을 포진시켜 대덕연구단지를 SW개발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같은 창업보육센터나 지원센터의 입주계획이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총 200∼300여개의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포진, 대덕연구단지가 정보통신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연구단지 관계자들은 대덕연구단지내 정보통신 벤처기업 입주가 쇄도하는 이유로 『전자통신연구원·KAIST·정보통신대학원대학 등 관련 연구시설이 집적돼 있어 정부의 첨단 연구결과물에 대한 상품화가 용이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특히 벤처기업들이 연구단지를 통해 첨단 연구개발 결과물을 조속히 상품화시킬 수 있으며 기술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조기에 극복할 연구인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기존에 입주해 있던 대기업 민간연구소들의 대덕연구단지 이탈이 지속되고 있는데, ED엔지니어링은 최근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소 건물을 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에 40억원에 매각하고 서울로 철수했다. 또 연구단지 매각설이 나돌던 한효과학기술원은 현재 5, 6명의 연구소 관리인원만 남겨둔 채 연구소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그룹 연구소의 경우에도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감축한 데 이어 최근 900여평의 건물을 대전소프트웨어지원센터에 임대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