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세계에서 「300만」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를 지닌다. 숫자의 무게만큼이나 막강한 지원세력을 얻는 셈이니까 말이다. 지원세력을 믿고 광고나 리서치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마케팅 활동을 기획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300만」이란 숫자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무슨 일이건 그 즉시 불만을 이야기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300만 네티즌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요구와 바람을 모두 맞추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회원 수 300만명 돌파를 발표한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32)은 300만이란 숫자의 의미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눈덩이처럼 불어난 회원들에 대한 그의 소감은 우선 「든든함」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회원을 확보한 데 대해 이 사장은 『이제는 해볼 만하다』는 의욕을 보인다.
『한메일넷의 하루 누적 로그인이 80만회입니다. 웬만한 PC통신의 로그인 숫자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지요. 회원 중 한달에 1회 이상 메일을 주고받는 이용자도 전체의 50% 정도는 됩니다. 회원들을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는 서비스도 다양화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도 대폭 보강할 계획입니다. 확보된 회원이 다음에서 얼마나 만족스럽게 활동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겠지요.』
『회원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원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사장은 『다음 서비스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제휴를 맺은 독일 베텔스만사의 운영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출판사로 시작한 베텔스만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북클럽 회원을 기반으로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지요. 회원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방법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연세대 전산과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ENS)에 유학중이던 이 사장이 귀국을 결심한 것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보여주는 세계에 매혹됐기 때문. 그는 귀국하자마자 마음이 맞는 고교 동창생과 함께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가상갤러리」, 여행전문 서비스 「투어 월드」, 영화웹진 「사이네마」 등 다음이 만든 사이트들은 모두 네티즌에게 각광받는 명소가 됐다.
홈페이지 제작과 인트라넷 솔루션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 사장은 앞으로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믿음만으로 97년 「한메일넷」이란 무료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기가 시장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더 빨랐더라면 아마 벌써 문을 닫았겠죠. 또 조금만 늦었어도 다른 서비스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겁니다.』
이 사장은 개발회사에서 서비스회사로 변신을 꾀하느라 내부 구조조정과 인력부족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최근 인터넷 시장이 조금은 과열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이 사장은 『이용자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과도한 경품경쟁과 광고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도 최근 「광개토대왕님, 야후는 다음이 꺾겠습니다」란 카피의 광고를 신문 등에 게재해 화제가 됐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어요. 광고대행사와 의논한 끝에 가장 높은 광고효과를 낼 수 있는 카피를 선택한 것이지요.』
『야후를 겨냥한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미안함이 없지 않다』는 이 사장이지만 역시 『최고의 경쟁자는 야후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결혼계획을 묻는 질문에 「너무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이 사장은 『언제나 새롭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다음이 인터넷의 최고 사이트로 자리잡을 10년후쯤이면 인터넷이 아닌 전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것 같다』며 웃는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