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세계의 CEO 중 최고의 바람둥이는 누구일까. 정보기술(IT)업계에서 투표를 한다면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55)이 우승후보감이다.
그의 별명은 「실리콘밸리의 배드 보이(Bad Boy of the Silicon Valley)」. 엘리슨의 곁엔 항상 비싼 스포츠카와 젊은 여자들이 따라다닌다. 요트 타기를 즐기고 심지어 소련제 제트비행기 미그(MIG)를 몰고 외출할 때도 있다.
머리 스타일은 그리스 부호처럼, 옷은 이탈리아 패션모델처럼 입는다.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조지오 아르마니. 동양식으로 꾸민 저택에서 기모노를 입고 옛 일본의 칼과 장신구로 거실을 치장해 놓고 있다.
이렇게 튀는 행동 때문에 엘리슨이 억만장자 플레이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자에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빌 게이츠와는 정반대다. 빌 게이츠는 「스트리퍼에게 돈 대신 옷을 건네줄 사람」으로 통한다.
그래서 래리 엘리슨의 이름 앞엔 「마케팅의 천재」 「보트 타기 세계챔피언」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인」 「못말리는 스포츠광」 「세상에서 가장 무례한 비즈니스맨」 「제트기 조종사」처럼 수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그는 때로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CIO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디너파티에 초대하고 싶은 역사적 인물로 나폴레옹을 꼽기도 했다.
엘리슨은 시카코의 유태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중류층에서 자랐다. 시카코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업체 사장이 된 지금, 그는 요란한 스캔들과 시끄러운 논쟁에 가장 먼저 휩싸이는 경영자다.
엘리슨은 77년 설립한 오라클을 키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그래서 테니스 코트의 악동 존 매켄로와 비교되기도 한다. 반칙을 일삼는 운동선수처럼 보이게 된 것은 사실 그의 거침없는 말버릇 때문이다.
그는 아메리카 온라인을 「웹의 클럽 메드」라고 불러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별로 좋을 것도 없는데 흥청망청 돈만 쓰는 얼간이들이 모인 곳이라는 뉘앙스를 풍긴 것.
또 MS사 최고의 엔지니어인 나단 머볼드를 가리켜 「바보천치」라고 했다. 물론 엘리슨의 최대 적수는 빌 게이츠다. 유명인사 중 친구는 스티브 잡스뿐이다.
래리 엘리슨은 올해 들어 스캔들에서 잠시 비켜나 DBMS 오라클8i와 네트워크 컴퓨팅을 위한 마인드 확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비싼 요트를 타고 호화판 크루즈를 즐기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좋아하는 엘리슨은 MS를 향해 횃불을 높이 들고 돌진하는 투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빌 게이츠의 OS대신 오라클의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는 글로벌 컴퓨터 네트워크를 꿈꾸고 있다. 「IBM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오라클은 미래다」라는 말처럼 그는 투지와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