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컴퓨터시스템을 비롯해 토목·건설용 측정기, CTI솔루션 등 특화된 분야를 전문으로 공략하고 있는 큐컴(대표 강진구)은 IMF의 서슬이 한창 시퍼렇던 지난해 9월 15일에 설립, 1년이 채 안된 신생기업이다. 그래서 규모는 아직 작다. 자본금 1억5000만원에 현재 인원 30명이 전부다.
워크스테이션 전문업체인 삼보마이크로시스템의 후신으로 출발한 큐컴은 사장을 포함해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프로의식을 갖고 열심히 뛰면 성공할 수 있다는 단 한가지 신념으로 만든 회사다.
대부분 기업들이 구조조정·빅딜 등 축소하기에 급급했던 IMF 초창기에 투지 하나로 뛰어든 것은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 컴퓨터 산업의 산증인이나 다름없는 강진구 사장을 비롯한 관련 직원들은 1%의 가능성에 도전, 지난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작품을 만들어냈다.
큐컴의 제품들은 혹한기에 태어난 만큼 범상치 않았다. 일반 사무실이나 전산실에서 흔히 보아왔던 범용이라는 컴퓨터와는 외형부터가 사뭇 다르다. 모두 검정이다. 외형도 견고하며 대부분 랙(Rack)에 설치하도록 설계됐다. 웬만한 충격이나 진동에도 정상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파워 모듈도 하나가 아닌 3개·5개, 쿨링 팬(Cooling Fan) 모듈도 3개 내지 6개씩으로 하나쯤 고장이 나도 시스템 작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특성의 제품들을 큐컴에서는 범용이라는 말 대신 전용시스템으로 부르고 있다. 주로 통신, 방송, 계측, 제어, 군의 기계실, 작업현장, 야전 등에 많이 쓰인다.
큐컴의 제품은 전용이면서도 참으로 다양하다. 전용 유닉스 서버, 전용 NT 서버, 전용 디스크어레이 그리고 독특한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이 그 것이다. 각 제품군에는 외형상 타워형과 세종류의 랙마운트형의 네가지 모델이 있다. 여기에 실장되는 시스템 보드의 종류와 디스크어레이 유무 등의 조합으로 생기는 모델 수는 가히 수십에 이른다. 그렇게 많은 모델들을 한치의 오차없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큐컴 제품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 한솔PCS, 로커스 등 굵직굵직한 회사들이 큐컴의 레퍼런스 사이트들이다.
특히 지난 3월 Q서버 한 모델이 세계 최대의 워크스테이션 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어려운 내부시험을 통과, 당당히 호환제품 생산업체로 등록됐다.
큐컴의 제품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초음파 비파괴 측정기인 Qust110, Qust120 두 모델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Qust110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쇼에 출품해 이목을 끌었다. 초음파 측정기는 기본적으로 초음파 기술, 소자 기술, 콘크리트 기술, 전자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복합돼야 한다.
큐컴의 모든 제품은 세계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용 서버시스템이나 초음파 측정기 모두 수출을 목표로 설계, 제작, 품질관리되고 있으며 실제로 내수보다 수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새 해외 파트너도 늘어났다. SUN사를 비롯해 MBN, ELE, German,인스트루먼트 등 세계 유수의 업체가 이에 속한다.
큐컴이라는 회사이름은 「Quad Com」의 약자로 컴퓨터, 제어, 통신의 좋은 조화를 뜻한다. 여기서 큐컴이 지향하는 사업 분야는 분명해진다. 그러나 그들 말대로 그렇게 작은 기업이 이렇게 크고도 많은 분야를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큐컴 식구들은 더 잘 안다.
그래서 큐컴이 지향하는 사업분야는 극히 좁고 깊다. 컴퓨터는 전용서버, 제어는 토목용 계측시스템, 통신은 지능형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제한하고 그 좁은 곳에 그 모두를 몰입하고 있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