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코리안 페스트" 펴낸 박석재 씨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공상과학소설(SF)들은 주로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이었다.

 그 결과 SF하면 왠지 미국적이고 우리 나라와는 다른, 그래서 더욱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에 불과하다는 선입감이 팽배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우리 나라 천문학 연구의 총 본산인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석재 박사(43)가 최근 선보인 「코리안 페스트」는 한국 작가가 썼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 주인공을 내세웠고, 소재 또한 철저하게 한국적인 것을 고집한 「순 한국판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박사는 『영화 「쉬리」가 한국 국적의 블록버스터로 할리우드의 영화보다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듯이, 공상과학소설도 한국 국적의 작품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신념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 소설은 또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느 외국 공상과학소설과도 차별화된다.

 독자들은 우선 책을 손에 잡는 순간부터, 이미 우리 몸에 익숙한 소재지만 기상천외한 상황전개에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저자의 풍부한 천문학 지식에 놀랄 것이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별자리와 우주에 관심을 갖고 천문가의 꿈을 키웠다.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77학번)하고,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줄곧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천문가 이외의 직업에는 『한번도 눈길을 준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박 박사는 천문학자의 가장 큰 보람을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것』에서 찾고 있다.

 그가 평소에도 방송 시나리오와 과학소설 창작에 전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 소설은 어느 해 8월, 설악산 국립공원에 있는 가리봉 근처에서 한가족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정체 불명의 괴질이 발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살아남은 남매가 실종되자 이들이 괴질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당국이 찾아 나선다.

 하지만 남매가 우연히 탈영병에게 인질로 잡히면서 일은 꼬이게 된다.

 방송사 여기자 「김은하」는 신문기자 「최신성」과 함께 괴질 취재에 나서지만 남매와 탈영병이 차례차례 괴질의 희생자가 되면서 사태는 일단 마무리된다.

 하지만 최신성이 추가로 희생자들을 찾아내면서 시체를 검게 타버린 듯 변화시키는 이 괴질은 전국을 다시 공포의 도가니로 빠뜨린다.

 또한 외국 전문가들은 이 무서운 괴질을 「코리안 페스트」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한다.

 최신성은 코리안 페스트가 단순한 병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은 이 병이 외계 침입자들과 관련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지만 직접적인 물증을 하나도 확보하지 못한다.

 그리고 김은하와 최신성은 그동안 추적해오던 외계 침입자들을 계룡산에서 놓치게 된다.

 외계 침입자들은 은밀히 돌아와 노스트라다무스 예언과 관련된 사이비 종교를 앞세워 인간 세상에 파고든다.

 김은하와 최신성은 베일에 싸인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목숨을 건 취재에 다시 나서면서 이들의 정체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