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거의 1세기에 걸쳐 TV방송국의 소유를 제한해 왔던 현행 규정을 개정키로 결정,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 대도시에서 한 회사 또는 네트워크사가 2개의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등 규제완화를 통한 방송사들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FCC의 새 규정에 따르면 다양한 미디어들이 존재하고 있는 시장, 즉 라디오와 TV방송국은 물론 규모가 큰 일간신문사, 케이블TV방송 등이 있는 시장에서는 TV방송국의 복수소유를 허용하게 했다. 복수 소유가 가능한 도시는 적어도 8개의 독자적인 TV방송국이 있어야만 하고, 소유하려는 회사는 어떤 시장에서건 상위 4개 방송국 가운데 1개 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관련, FCC 위원장 윌리엄 케너드는 『그간 FCC가 주로 지난 30, 40년대에 만들어졌던 미디어 선택규정에서 탈피해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며 『이번 개정이 지난 30년 동안 미디어시장이 겪은 급격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상식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가 TV방송국 소유를 둘러싼 규제와 규제포기(waivers) 사이에서 지극히 혼란스러운 시장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현재 많은 방송국들은 지역별 시장협정(LMAs:Local Marketing Agreements)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 협정 아래 어떤 회사는 TV방송국 하나를 직접 소유한 채 외관상 다른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공식적인 규제로부터의 이같은 면제야말로 현행 규정을 교묘하게 회피한 일종의 술책이었다는 게 케너드의 지적이다.
FCC의 이번 결정이 있은 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는 것은 단연 네트워크 방송사들과 일부 거대 방송회사들이다. 이들은 케이블TV와 위성채널 등 시청자들의 선택 폭이 크게 넓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제2의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BS와 폭스는 이미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는 도시에서 또 다른 제2의 방송국을 추가로 보유하는 것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라디오 방송국의 소유 제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 FCC는 한 시장에서 하나의 TV방송국과 최대 8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은 한 회사가 최소한 20개의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에서 최대 6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다고 제한했다. 단지 TV방송국을 1개만 소유하면 라디오 방송국은 최대 7개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이 규정은 신문 등 다른 매체의 소유권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TV업계와 공익단체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CBS의 수석 부회장인 마틴 프랭크스는 『이번 결정이 그간의 혼란을 일소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가장 기뻐할 쪽은 족쇄가 풀린 지역 방송사들이다. 이 가운데 그간 마땅한 인수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던 LA소재 독립방송국 「KCAL」과 로웰 버드팩슨이 소유하고 있는 다수의 방송국들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20개 대도시에 방송국을 보유하고 있는 팩슨은 FCC가 개정안을 통과시키던 날 한술 더 떠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복수소유 게임에서 우리는 상대편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극평가했다.
프로야구팀인 LA다저스를 소유하고 있는 폭스 역시 그간 LA지역에서 스포츠방송을 할 만한 방송국을 물색하고 있는데, KCAL이 가장 매력적인 대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영화 전문채널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영화전문 케이블TV 채널보다는 대도시에서 전파를 내보내는 제2의 방송국이 더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는 게 이 회사의 생각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네트워크에 이번 개정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이해 보다 능동적으로 이에 대처하고자 하는 네트워크와 거대 방송국들에 FCC의 이번 개정은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효과가 있으며, FCC 역시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방송환경에 걸맞는 규정개정을 적시에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료제공=방송동향과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