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인쇄회로기판 (PCB)의 외곽을 가공하거나 PCB 내부에 홈을 파는 작업에 사용하는 라우터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PCB의 외곽 가공 공정은 금형작업을 통해 이뤄졌으나 최근들어 PCB의 다품종 소량화와 더불어 정밀도를 요구하는 제품의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번거롭고 정밀도가 떨어지는 금형으로는 이같은 추세에 대응할 수 없게 된 것.
특히 PCB의 초다층화가 가속화되고 PCB 내부를 파내야 하는 홈가공 작업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금형보다는 작업 공정의 신축성이 뛰어난 라우터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여기에 라우터는 기존 금형보다 PCB 외곽을 더욱 미려하게 가공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녀 첨단 정보통신기기와 반도체 패키지용 PCB를 중심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주요 세트업체들이 PCB의 외곽 가공을 라우터로 해줄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각종 PCB 중 라우터 공정 의존율은 80%대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라우터가 PCB 생산에 있어 필수장비로 부각됨에 따라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라우터 설비 확충에 본격 나서고 있다. 또 중소 PCB업체들은 라우터 외주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외주업체를 물색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우터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발 PCB업체들은 보통 4축 기준으로 볼 때 약 10여대의 라우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견 PCB업체는 2∼4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정도 설비로는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없어 선발 PCB업체들은 최근들어 서너대 정도의 라우터를 추가 도입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는 것이 라우터업계의 설명이다.
일제 라우터를 공급하는 유림전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국내 PCB업체들은 홀 가공기인 드릴 가공능력 확충에 전력을 기울여왔으나 올 상반기들어서는 이 투자 열풍이 라우터 부문으로 옮겨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약 50여대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시스템용 임피던스 보드를 중점 생산하는 H전자의 한 관계자는 『라우터의 필요성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으나 워낙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제 라우터는 대당 2억∼3억원을 호가해 대만산이나 중고 라우터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 라우터를 공급하는 곳은 히타치·다케우치·로쿠로쿠 등 일본업체와 독일·영국·스위스·이탈리아·대만 등 10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