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국내 가전업계가 엔고의 향방에 축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가전시장에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가장 강력한 상대가 바로 일본업체들이기 때문에 엔화의 강세로 일본산 제품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국내 가전업계가 고스란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1일부터 국내 유통시장이 완전개방돼 일본산 제품들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이같은 엔고현상은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왔던 일본 가전업체들에는 새로 넘어서야 할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업체들은 이번 엔고현상으로 일본 전자업체들과 치열하게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브라운관이나 TFT LCD 등 핵심부품, 29인치 이상 대형TV 등에서 국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일본업체에 비해 유리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에어컨이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정용 전기기기(일명 백색가전)분야에서도 일본업체들의 가격부담이 판매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국산 가전업체들로서는 수출전선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엔고현상이 과연 얼마동안 계속 이어질 것인가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엔고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경우 엔고에 따른 반사이익은 기대와는 달리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일단 국내 업체들 대부분이 달러베이스로 대금결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엔고와는 상관없이 국산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은 그대로 유지돼 상대적으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일본 업체들 대부분이 제품 생산 3개월전에 부품을 확보해 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엔고를 곧바로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공급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물량은 이미 생산을 거의 완료한 상태인 데다 29인치 대형TV 등 첨단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일본이 아닌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 엔고가 국내 가전산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렇지만 엔고현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어차피 3개월 이후면 내년 물량을 대상으로 영업해야 하는 OEM 영업에서도 일본 업체들 스스로 환율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공격적인 영업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업체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완전평면TV나 TFT LCD 등 일본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 국내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되는 셈이다.
또 일본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캠코더나 프로젝션 TV, 완전평면TV 등도 국산제품과의 가격경쟁력이 현저히 벌어져 일본업체들 스스로 한국시장 공략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 연말과 내년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가전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은 이제 엔고현상이 과연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