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덤핑제소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국내기업을 인수했거나 국내기업 제품의 판매권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경쟁관계에 있는 외국업체를 덤핑제소한 경우가 지난해 이후 4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이후 무역위에 접수된 신규 덤핑제소 6건 가운데 66.7%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때문에 무역위는 국내시장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외국자본끼리의 다툼에 심판을 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 질레트사에 판매권을 넘긴 로케트전기와 서통은 듀라셀·에너자이저라는 상표로 수입되는 미국·일본·싱가포르·중국산 알칼리 건전지에 대해 금주중 무역위에 덤핑제소키로 했다. 연간 4억개 안팎의 국내 건전지 시장은 수입품인 듀라셀과 에너자이저, 국산품인 로케트건전지, 썬파워가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소형 건전지 수요의 큰 몫을 차지하는 삐삐 시장이 크게 축소된데다 듀라셀과 에너자이저의 공세에 밀려 고전중인 로케트와 서통이 이들 수입 건전지를 상대로 덤핑제소, 시장방어에 나섰다.
독일 자본이 100% 출자한 한국아그파산업도 지난 3월 네덜란드산 PS인쇄판에 대해 덤핑제소, 무역위가 지난 4월 21일부터 산업피해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아그파산업은 이미 일본산 수입품을 덤핑제소, 승소 판정을 받아 일본산 PS인쇄판에는 올해 1월7일부터 3년간 24.51∼38.16%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무역위 관계자는 『투자자유화 조치 등으로 외국인 투자기업이 늘면서 한국시장을 놓고 외국자본간의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중국 등 개도국의 저가공세를 막기 위해 출발한 덤핑제소가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방어용으로 활용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