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속도, 시스템성능과 무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의 클록속도 증가는 PC 전체 시스템 성능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할까.

 최근 CPU 클록속도가 급속도로 증가, 600㎒대의 제품이 선보이면서 CPU 클록속도 증가와 시스템 성능 향상과의 관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PU와 관련해 PC의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는 설계기술(아키텍처), 클록속도, 캐시메모리 크기, 칩세트와의 버스 속도 등을 꼽을 수 있으며 클록속도는 CPU 자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소 중 하나다.

 1㎒는 1초당 100만번의 연산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 클록속도 100㎒ 증가는 산술적으로 100배의 연산기능 향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다른 요소들이 변하지 않은 채 연산기능만이 향상되는 클록속도 변화는 PC성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최근 클록속도가 50㎒ 단위로 증가하고 있으나 이는 PC성능 향상에는 최대 3%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PU 판매가격은 50㎒를 기준으로 최대 200달러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클록속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당 가격차는 더욱 커진다.

 AMD는 지난 12일 7세대 CPU인 「K7(애슬론)」에 대한 제품설명회에서 이같은 점을 적극 부각시켰다.

 AMD는 「K7」은 정수, 부동소수, 그래픽 성능 등을 대폭 향상시킨 새로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칩세트와의 버스규격을 인텔제품보다 2배 이상 높였다고 강조하면서 「K7」 550㎒와 「펜티엄Ⅲ」 550㎒를 비교 평가, 「K7」의 연산 및 그래픽 처리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시연회를 통해 보여줬다.

 클록속도 증가 자체보다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애슬론」은 0.25미크론 공정에 6층 메탈 구조로 184㎟의 크기에 220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켜 놓고 있다.

 펜티엄Ⅲ가 95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킨 것에 비해 두배 이상의 집적도를 실현한 것이지만 동일한 제조공정 기술에서 트랜지스터 수의 증가는 방열문제를 초래, 시스템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최근 퓨처마크사는 AMD가 자사의 벤치마킹 프로그램인 「3D 마크」를 임의로 변경해 인텔 제품과 비교 평가했다며 이의를 제기, AMD가 보여준 시연회 자체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텔은 이같은 점을 의식, 다음달 말에 칩세트와의 버스규격을 현재 100㎒에서 133㎒로 증가시킨 600㎒ 「펜티엄Ⅲ」를, 오는 11월에는 0.18미크론 공정에 기반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클록속도 향상을 통한 가격경쟁은 공급업체들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다』며 『CPU 구입시 클록속도에만 의존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