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벤처기업은 기술이 중심이다

오민석 오투소프트 사장

 원론적인 의미의 벤처기업은 인공적으로 금을 만들어 일확천금을 얻고자 했던 연금술사에 비유될 수 있다. 그들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비록 그 자체로서 성공은 거두지 못했을지라도 상당한 기술과 노하우를 부산물로 탄생시켰다. 그 결과 오늘날의 과학기술에 이바지한 바가 적지 않다.

 오늘날 벤처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그들의 공과를 논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마케팅에 성공한 기업만이 진정한 벤처기업으로 칭송받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벤처기업은 고도의 마케팅 전문가 집단으로 다시 정의돼야 한다. 또 벤처기업의 의미가 과대포장돼 일반기업의 역할을 강요받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벤처기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존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이 성공했을 경우 무한한 부가가치 획득에 존재가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성공확률이 높은 요소를 모두 확보하고 창업을 하는 경우 이미 벤처기업으로서의 모험정신은 퇴색된다. 각고의 노력으로 개발을 완성시키고 신기술에 대한 시장형성과 수요창출에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벤처기업의 역할이다.

 실패한 벤처기업의 원인을 분석하는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벤처기업 자체가 이미 성공할 확률이 대단히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이 미국의 벤처기업보다 성공한 확률이 높다는 통계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벤처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벤처기업의 실패가 일반기업, 특히 대기업의 실패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잃는 것에 비해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실패사례를 공모해 효과적으로 활용한 예는 매우 고무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신화는 경험과 이론을 추구하는 전문경영인에 의해 이룩된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자의 개발의지 및 모험정신에 의한 것임을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이 기술지향의 창업정신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벤처기업의 리더가 실질적인 기술자 역할을 하는 것은 큰 문제점으로 곧잘 지적된다. 기술자에게 기술을 버리고 원론적인 경영자의 역할로 돌아가라는 터무니 없는 주문도 없지 않다. 물론 마케팅 또는 경영 전문가와 달리 기술자가 창업한 경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더 크다. 특히 창업자가 개발주역이 되는 경우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논리에서 생각할 수 없는 특이한 문화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궁극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때로는 리더에 대한 그럴듯한 상징적인 포장과 당장의 이익을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고, 기업인이 갖추어야 할 경영자의 덕목을 내세우기보다는 기술자가 가져야 할 장인정신이 벤처기업으로서는 더욱 절실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굴지의 대기업이 이루지 못한 기술개발을 벤처기업이 해내는 힘이 되는 것이다. 경영이론을 앞세워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고지다.

 장인정신을 외치면서도 실제로 장인을 무시하는 풍조는 벤처기업 육성이 기술입국 추구라는 우리의 구호를 공허하게 만들 수 있다.우리는 표면적인 면만을 부각해 성공의 요인이 탁월한 경영능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고의 개발과정을 장인정신으로 이겨낸 진정한 엔지니어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두명이 창업한 벤처기업에서 엔지니어를 고용해 기술개발을 하고 창업자가 경영을 한다는 것은 난센스이며 그러한 난센스를 성공의 미덕으로 믿는 분위기 속에서는 진정한 기술개발을 이루기 힘들다. 궁극적으로 기술개발 없는 벤처기업은 존재가치를 상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