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출신들, IT업계서 "득세"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 최근 한국IBM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IBM 출신들은 국내 주요 IT업체에 대거 포진, 막강한 인맥을 바탕으로 국내 IT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IBM 출신은 lT업계에서 기존 경복고 인맥에 이어 거대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IBM 인맥은 경복고처럼 별도의 모임도 갖고 있지 않으나 실제 비즈니스에 맞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IT시장내 파워는 오히려 경복고 인맥을 앞도한다는 평가다.

 IBM 출신들은 특히 국내 IT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외국계 IT업체 지사장을 독차지하다시피했다. 외국계 IT업체 경영자들만 놓고 보면 마치 IBM과 자회사들만 있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조완해 한국유니시스 사장을 비롯해 여인갑 지멘스피라미드 사장, 최동욱 한국NCR 사장, 이상일 시퀀트코리아 사장, 손영진 한국데이타제너럴 사장, 강성욱 컴팩코리아 사장, 이수현 델컴퓨터 사장, 최해원 SAP코리아 사장, 김지문 한국사이베이스 사장, 김광원 한국인포믹스 사장, 권오형 한국노벨 사장, 이은경 바안코리아 사장 내정자 등이 있다.

 한국IBM 출신들이 종합 IT업체는 물론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베이스(DB) 등 기업용 솔루션업체의 지사장 자리를 거의 장악한 셈이다. 이들 업체는 사장뿐만 아니라 이사급 이상 중역의 상당수가 IBM 출신들로 채워졌다. SAP코리아와 컴팩컴퓨터의 경우 임원의 절반 이상이 IBM 출신이다.

 외국계 IT업체의 경영진을 IBM 출신이 장악하면서 국내 IT시장에 대한 IBM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한국IBM과 경쟁 관계인 종합 IT업체를 접어두더라도 IBM 출신 사장을 둔 ERP, DB 등 솔루션 업체들은 다른 하드웨어 업체에 비해 IBM과 활발하게 협력하는 편이다. 물론 IBM의 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인맥으로 통한 원활한 협조 분위기 조성이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IT업체에 비해 그다지 활발하지는 않으나 국내 IT업계에서도 점차 IBM 출신이 늘어나고 있다. 김영학 평창정보통신 사장, 심동희 코아정보시스템사장, 서효원 KDC정보통신 상무 등이 그 대표주자들이다.

 특히 90년대 후반기 이후 IT 분야의 창업을 위해 IBM을 박차고 나온 중간 관리자가 크게 늘어나 몇년 뒤에는 국내 IT업계에서도 IBM 인맥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어느덧 거대 인맥을 형성해 국내 IT업계의 인사는 물론 시장을 주무르는 자리에 오른 IBM출신들에 새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