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무선데이터 서비스 과열 우려

이백용 바이텍씨스템 사장

 전화를 처음 발명한 벨은 전화선을 통해 들려오는 상대방의 음성을 들었을 때 분명 전율에 가까운 감격을 느꼈을 것이다. 전화의 발명은 한 개인의 발명을 넘어선 인류의 신기원을 여는 대단한 사건이었고 이로 인해 문명의 발전은 한층 가속화됐다. 그러나 전화를 발명한 벨을 포함해 그 시대의 어느 누구도 유무선·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현재의 통신환경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의 통신환경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2∼3년간 무선전화 가입자의 증가가 이어져 2000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인터넷 사용자도 4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통신서비스 시장은 이제 「무선데이터 서비스」라는 듣기에도 생소한 영역을 놓고 또 한번의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21세기의 최고 유망산업이라는 업계의 기대와 움직이는 사무실 구현이라는 고객의 요구, 여기에 음성 위주의 서비스에서 정보 위주의 서비스로 진전하는 시대적 흐름 등 3박자가 갖추어져 이제 무선데이터 서비스 분야로의 이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러한 흐름은 거역할 수도, 거역할 이유도 없다. 이는 관련 업체나 산업을 뛰어넘어 미래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바라보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과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둘러싼 업계의 과당경쟁이나 과잉투자는 없는 것일까.

 일단 대세라고 판단된 상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무서울 정도로 빠른 보급속도를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 시장의 특징이기는 하다. 80∼90년대 자동차의 보급은 이제 등록대수 기준 1000만대 시대를 열었고 90년대 무선전화기의 보급은 전인구의 45%에 육박하는 2000만 가입자를 넘어섰다.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짧은 기간의 급속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의 성장이 관련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업체들의 성장을 보장하고 수지를 맞추어 주었다고 주장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동차산업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으며 얼마 전까지 공공연히 거론되던 무선통신업계의 구조조정설이 그것에 대한 증거가 아닌가. 지금 경제회복의 가시적인 징후나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이러한 논의 자체가 수면 아래 잠복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선데이터 서비스 시장을 한번 들여다 보았으면 한다.

 여기에 직·간접으로 관련돼 있는 업체는 이동통신업체, 통신기기업체, 무선데이터 서비스 기능을 이용한 정보사업 희망자, 콘텐츠 및 솔루션 개발업체 등이라 할 수 있다. 이동통신업체에는 그동안 무선전화에 밀려 서비스 계약 해지와 가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무선호출 서비스업자까지 포함돼 있다. 모두가 현재의 사업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은 구체적인 사업계획보다는 미래시장의 잠재력만을 평가한 무분별한 투자와 이로 인한 과당경쟁의 양상일 것이다. 물론 현재는 이러한 폐해가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고 있고 모두가 개발단계에 있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사업이 중복돼 있는지 경쟁관계에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파악하고 있다 하더라도 모두가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믿고 있는 듯하다.

 또한 관련업계에서는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결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들의 몫이며 책임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올바른 결정에 따른 성장과 이익은 그 업체가 향유할 몫이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사업자보다는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기업문화는 주식회사의 제한된 주주 책임에만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고 싶다.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서비스나 관련장비가 준비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해 과장광고를 한다든지, 유용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구색 맞추기 식으로 개발하는 것은 이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첨단이니 벤처라는 말은 컴퓨터 관련이나 통신산업에 국한되고 그 범주에서만 고부가가치 사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의 틀 안에서 사업을 구상해온 것 같다. 그로 인해 그 산업에 몸담고 있는 업체는 정부나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폭넓게 받아왔으며 일반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받아왔다. 그 과정에서 중복투자나 과잉투자 등 낭비적인 요소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수익성도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무분별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다른 영역 또는 무선데이터 그 이후의 사업을 위해 연구하고 개발하는 투자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통신환경에 발맞추어 말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투자가 진정으로 고객만족을 지향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 볼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들이 진짜 첨단이고 벤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