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은 지난 24일 오후 코스닥증권시장 회의실에서 강정호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류시왕 코스닥증권시장 전무, 이정범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구자삼 대우증권 이사, 이부호 벤처캐피털협회 사무국장, 연병선 한국IT벤처투자 사장, 임갑철 라스21 사장, 이상규 인터파크 부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스닥 vs 나스닥-코스닥시장 활성화와 제도적 보완점」이란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나스닥과 비교, 현 코스닥 시장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의 개선과 활성화 방안은 물론 거래소 시장과의 차별화 방안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오해석(사회·숭실대 교수)=올들어 코스닥 시장이 활황세입니다. 하지만 나스닥과 비교할 때 아직 보완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과열이나 거품론을 제기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 코스닥 시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 먼저 코스닥 운영 주체인 코스닥증권시장 쪽의 얘기부터 시작할까요.
△강정호(코스닥증권시장 사장)=코스닥 시장은 현재 352개의 기업이 등록돼 있으며 일일 평균 거래대금만해도 2665억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지난해와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에 등록했거나 등록하려는 일부기업의 가치가 엄청나게 고평가돼 있고 「묻지마 투자」가 극성을 부리는 등 버블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같은 역기능을 보완, 발전시키기 위해 코스닥증권시장에서는 조만간 코스닥의 등록·공시·매매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부실기업이나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은 퇴출시키고 인터넷 위주의 최첨단 지식기반 산업 위주로 탈바꿈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또 시장정보를 다양화하고 코스닥 대표지수를 개발하는 등 투자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세계 증권시장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나스닥과의 전략적 제휴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정범(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코스닥이 크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거래량에서 보면 나스닥과 비교가 안됩니다. 나스닥은 특히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마켓을 형성한 것으로 시장 스스로의 기능을 발휘해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코스닥도 시장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과 제도로 직접적인 규제와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중소기업 조달시장의 일정 부문을 중소기업에 할당하는 등 시장경제의 바탕 위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자삼(대우증권 이사)=증권사 입장에서 보면 리서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코스닥 시장에 대해선 리서치를 거의 안했습니다. 코스닥 업체들의 정보가 부족하고 신뢰도가 낮은데다 IMF이후 손실이 높아 위험요인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인터넷·정보통신 등 정보기술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망기업이 늘어나 코스닥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향후 공시제도 개선 등을 통해 투명성이 확보되면 신뢰도가 높아지고, 결국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봅니다.
△사회=아직도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을 거래소 시장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같은 인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요. 또 증권거래소에 등록한 기업들은 나스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지, 시도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시도하고 있지 않다면 왜 그런 것인지 보충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구 이사=나스닥에는 룰(규칙)이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나스닥에 진출하려 한다면 이같은 룰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면 굳이 나스닥 진출을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고 진출하려는 기업에게는 나스닥 진출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나스닥 진출은 목적이 분명해야 합니다.
△사회=그러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는 라스21의 임갑철 사장님께서는 코스닥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들어볼까요.
△임갑철(라스21 사장)=우선 기업가의 입장에서 코스닥은 자금조달 창구로서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최근 규정이 까다로워져 좀 아쉽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한 회계처리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회계처리 기준은 분기말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액을 손실로 처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는 종업원이 스톡옵션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기업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현재 많은 벤처기업들이 사실상 순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장부상으로는 적자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톡옵션 자체는 처음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을 권장해왔는데도 말입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손실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부호(벤처캐피털협회 사무국장)=코스닥 등록기업들의 유무상 증자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처기업이 성장을 위해서는 증자가 제때 이루어져야 하는데 증자 자체를 제한한다는 발상은 기존 거래시장처럼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코스닥 시장은 기존 거래 시장과는 엄연히 다른 시장입니다. 코스닥은 미국의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처럼 거래소와는 경쟁적인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래소에 예속돼선 안되며 시장경쟁을 통해 특화를 시켜야만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사회=코스닥 시장의 차별화 방안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죠.
△이 위원=코스닥 시장의 차별화란 곧 거래소에서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의미죠. 예컨대 나스닥에서는 하이테크기업이나 벤처기업 전문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성공적인 요소로 작용했듯이 코스닥도 이같은 차별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과 제도를 앞세운 규제정책도 이같은 차별화의 기반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코스닥에 관한한 최근 어렵게 등록한 인터파크가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이상규(인터파크 부사장)=저희는 4년전부터 인터넷 사업을 추진해왔고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했으나 코스닥 등록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나스닥으로의 직상장을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나스닥 진출은 지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희가 코스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원인은 코스닥 측에서 거래소와 같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기업을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그 흐름을 읽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 도입 및 전문가 육성이 시급합니다.
△구 이사=증권사로서는 코스닥이나 나스닥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입니다. 하지만 코스닥이나 나스닥으로 진출하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코스닥에 진입하려는 대부분의 기업들의 목표는 자금조달에 있습니다. 하지만 나스닥에 진입하려 한다면 자금조달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시장으로의 진입이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 사장=미국 실리콘밸리 성립의 기폭제가 됐던 「공공 조달물자 10% 중소기업 배정」은 결과적으로 현재의 나스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큰 요인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결국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려는 벤처기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적정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기업 주도의 경제체제 하에서 벤처기업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적일 정도입니다.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관료들의 관행은 여전히 변화된 것이 없습니다. 과거에 미국은 중소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관련 기관을 두고 공공 조달물자 10%를 중소기업에 배정하는 등 대통령이 감독하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정책을 펼쳤습니다. 지금 벤처기업에 필요한 것은 미국과 같은 실질적이고도 혁신적인 정부의 정책과 리더십입니다.
△사회=얼마전 미국에서 들은 바로는 나스닥에 직상장하려는 한국기업이 많다고 합니다. 아직은 나스닥에 등록한 기업이 없지만 나스닥에 진출하려는 시도 자체가 벤처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스닥은 물론 나스닥까지 진출해 세계시장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벤처기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등록후 3년이내가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럼 류 전무께서 종합해서 마무리를 해주시지요.
△류시왕(코스닥증권시장 전무)=현재 코스닥 시장이 성장일로에 있고 벤처기업 역시 날로 발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 효과도 많지만 부정적인 면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들은 코스닥 시장 진입만을 목표로 삼다보니 지나치게 고평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버블이 너무 많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코스닥 시장이 활황세라고는 하지만 코스닥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은 현대중공업, 중소기업은행 등 우량 기업 몇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좋은 기업을 많이 유치할 생각입니다. 좋은 물건이 많아야 손님이 자주 찾고 그래야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또 코스닥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곁가지를 과감히 잘라내 몸집을 가볍게 하고 첨단 벤처기업에 특화한 주식거래 시장으로서의 이미지메이킹에 주력할 것입니다.
△사회=최근 기업평가 기준이 매출 위주에서 총 주식가액으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 버블이니, 일시적인 투기장세니 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코스닥 시장은 벤처기업에 꿈을 실현해주는 기회의 땅으로서 앞으로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우리 벤처산업에 더욱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