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전자업체인 대륭정밀(대표 이행부)과 기륭전자(대표 권혁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세아시멘트그룹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지난 96년 두 회사를 인수한 이후 뚜렷한 주력품목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륭정밀과 디지털분야에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확실한 기틀을 잡지 못한 기륭전자를 과연 어떻게 활용해 전자산업분야에서 꿈을 펼쳐나갈 것인가 하는 점 때문이다.
더욱이 대륭정밀이 인수된 다음해인 지난 97년 SVR(Satellite Video Receiver·아날로그 위성방송 수신기)의 가격폭락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고 뒤이어 IMF사태마저 발생, 아세아시멘트의 인수가 실수였다는 지적까지 일면서 아세아시멘트그룹과 두 계열사의 행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륭정밀과 기륭전자는 그룹의 끊임없는 관심속에 차차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제거한 두 회사는 최근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를 전략품목으로 선정하고 업무분장을 통해 집중 육성에 나서고 있다.
대륭과 기륭은 그 동안 각각 미국의 제너럴인스트루먼트(GI)와 사이언티픽애틀랜타(SA)에 디지털방송용 인코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공급하면서 축적한 기반과 노하우를 활용,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DSBR)에서 다시 한번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두 회사는 이를 위해 각각 3개의 프로젝트를 맡아 제품개발과 시장개척에 나서는 등 DSBR에 자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륭과 기륭은 GI와 SA 인코더를 비롯해 수신제한장치(CAS)가 필요없는 커먼 인터페이스 제품과 이레데토·바이억세스·크립토웍스 등 CAS를 탑재한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을 이미 개발 완료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기륭전자는 디지털위성방송사를 대상으로, 대륭정밀은 소위 오픈마켓을 대상으로 영업을 특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VR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인 RADIX를 보유하고 있는 대륭정밀은 커먼 인터페이스 DSBR를 오픈마켓에서 RADIX 브랜드로 시판하기 시작했으며 기륭전자는 중동이나 아시아지역의 신규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DSBR의 공급권을 하나둘씩 획득하고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업체들이 포진하고 있어 뒤늦게 DSBR에 뛰어들고 있는 두 회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륭과 기륭은 내년 정도면 뭔가 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GI와 SA사의 인코더를 사용하는 방송사들이 전세계에 60개 이상이고 신규방송사들도 두 회사의 장비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방송장비의 공급과 함께 DSBR의 공급권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는 것이 기륭의 주장이다.
또한 대륭전자 역시 시장규모가 크지 않지만 오픈마켓시장도 DSBR의 시장확대와 함께 신장되고 있어 RADIX라는 브랜드 파워와 막강한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선점업체들의 견제를 뚫고 판매확대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대륭과 기륭이 힘을 합쳐 CAS 개발을 끝내고 세계 DSBR시장에서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