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세계관세기구(WCO)의 결정을 근거로 지난 97년 7월 이후 수입된 슬롯형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해 관세를 소급 추징하자 그동안 다각도로 소급적용 철회 방안을 모색해오던 관련업체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97년 7월 국내 컴퓨터 관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슬롯형 펜티엄Ⅱ CPU를 수입했던 석영인텍(대표 문기종)에 대해 지난 6월 30일자로 1차 수입분에 대해 4%의 추징관세 42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석영인텍은 42만원의 추징 관세를 납부한 뒤 이달 6일 관세청에 관세 소급적용 및 추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심사청구를 출원했다.
CPU 유통업계를 비롯해 컴퓨터 관련 대기업들은 앞으로 관세청이 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가 석영인텍의 심사청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석영인텍에 대한 심사결과가 모든 CPU 유통업계와 컴퓨터 업계에 적용될 판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석영인텍의 경우 97년 7월·8월 수입분에 대한 추징관세는 각각 700만원에 달하며 올 5월 16일까지 수입된 물량까지 합치면 20억원 가량에 이른다.
석영은 이번 심사청구에서 소급부과 결정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로 재정경제부 산하의 국세심판소에 심판청구를 출원할 계획이며 나아가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관세법은 관세부과가 잘못 됐을 경우 차액을 징수할 수 있는 기한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일단 2년을 넘기기 전에 첫 수입업자인 석영인텍에 추징관세를 부과했으며 이후 수입한 다른 업자에게도 순차적으로 추징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석영인텍의 심사청구 처리기한은 60일로 오는 10월 6일 이전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 97년 7월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슬롯형 CPU에 대해 명확한 분류를 하지 못한 채 업계의 신고대로 종전의 품목분류인 HS8542를 적용해 4%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올 5월 「슬롯형 CPU는 컴퓨터 부분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세계관세기구의 결정에 따라 HS8473을 적용, 8%의 관세 소급부과를 결정하고 업계에 차액 4%를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반발을 사왔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