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비디오시장은 극장가와 마찬가지로 「추석 특수」를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부산할 전망이다.
지난 7, 8월 비디오시장을 장악했던 공포물이나 스릴러물, 액션물의 출시는 다소 주춤한 반면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용 드라마나 코미디 영화들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 상반기 국내에서 제작돼 화제를 모았던 우리영화들이 추석시즌을 맞아 안방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다. 이미 출시일정을 잡아놓은 비디오만도 50여편에 이르고, 추석을 전후해 극장개봉 및 비디오 출시를 동시에 준비하는 영화까지 고려한다면 9월 비디오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경쟁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부 비디오업체들은 각종 이벤트 활동을 통한 사전홍보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고, 타 업체 출시날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추석시즌 1주일 전에 야심작을 대거 집중시키는 등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가족을 소재로 하거나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로는 가난과 절망을 딛고 일어선 영국 노동자 가족 얘기를 다룬 케네스 로치 감독의 「레이닝 스톤」(우일영상)과 마약·절도에 휩싸여 가정을 등진 자식에 대한 일관된 사랑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피터 폰다 주연의 「율리스 골드」(세음미디어), 식민지 조국의 설움을 우정으로 극복하고 독립을 쟁취하는 젊은이들의 감동어린 성장영화 「고잉 홈」(SKC), 인간과 모형전사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모험을 벌이는 「스몰 솔져」(새한), 「마스터 구출작전」에 이어지는 닌자거북이 최신작 「닌자거북이 특공대」(20세기폭스) 등이 출시된다.
청소년을 겨냥한 코미디 영화와 음악성과 영상미를 함께 추구하는 신세대 감성 영화들도 선보인다.
걸쭉한 성적 농담을 첨단 특수효과를 이용해 SF코미디로 희화화,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오스틴파워」(세음미디어), 짐 캐리의 뒤를 잇는 코미디 스타 말론 웨이얀스 주연의 좌충우돌 생활상을 다룬 「센스리스」(브에나비스타), 조미료와 TV가 길러낸 신세대들의 방황을 감각적 음악과 영상으로 담은 컬트 코미디 「케미컬 제너레이션」(새한), 패거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온갖 말썽을 피우는 젊은 악동들의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컬럼비아 트라이스타) 등이 있다.
국내에서 제작된 화제의 영화들도 대거 선보인다.
전국 56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화제작 「쉬리」의 숨막히는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쉬리 메이킹 필름」(스타맥스)은 영화에 이은 또 한번의 인기가 기대되고 있으며, 이상의 시를 모티브로 얽히고 설킨 과거의 미스터리를 추적해 나가는 액션 스릴러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스타맥스), 한국 공포영화의 새로운 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링」(새한), 제주도 민란을 배경으로 한 박광수 감독의 야심작 「이재수의 난」(20세기폭스), 독립장편영화로 국내 처음으로 상업상영에 성공한 김시언 감독의 「하우등」(새롬엔터테인먼트)을 비롯해 놓치기 아까운 화제작들이 잇따라 출시된다.
이에 맞서는 해외 화제작들로는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등 7개부문의 상을 거머쥔 존 매든 감독의 「셰익스피어 인 러브」(CIC)와 「케이프 피어」 「올리버 스톤의 킬러」에서 도발적인 연기로 주목을 받았던 줄리엣 루이스가 게리 마셜 감독과 만나 제2의 「귀여운 여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사랑하고 싶은 그녀」(브에나비스타), 「크라잉게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등으로 유명한 닐 조던 감독에게 98년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의 영광을 안겨다 준 「푸줏간 소년」(스타맥스) 등이 출시돼 우리영화 화제작들과 만만치 않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성인들을 위한 볼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브라질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모넬라」 「밤볼라」에 이은 파격적인 유혹을 선사하는 「벨라도나」(우성시네마), 에로물의 고전인 채털리 부인을 일본식으로 융합한 「도쿄 챠타레 부인」(세음미디어), 「옥보단2」 왕정 감독의 최신작 「만다린2」(우일영상), 누드집 CD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홍콩 최고의 여배우 서기 주연의 「서기의 18세 유혹」(우일영상), 여주인공이 성적 결벽증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체험 흑과 백」(유호프로덕션) 등이 출시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