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유학중인 강윤정(33)씨는 방학 때마다 부모님을 뵈러 한국에 온다. 하지만 항공권을 구입하려 항공사에 전화를 걸거나 여기저기 여행사를 돌아다니는 일은 없다. 인터넷에 들어가 강씨가 가려는 날짜에 가장 저렴하게 항공권을 판매하는 곳을 찾아 예매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강씨는 몇 년전만 해도 자주 이용하는 여행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므로 잘만 고르면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이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각종 서비스를 대행해주던 곳이 설자리가 없어졌다.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직접 처리하는 「셀프(self)」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반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저렴하게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강씨처럼 인터넷을 통해 예매를 할 경우 얻는 혜택은 다양하다. 알래스카항공은 인터넷 고객의 탑승절차를 며칠 앞서 해결해 주고 화물, 리무진택시 등 각종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준다. 컨티넨탈항공(http://www.flycontinental.com)은 인터넷 이용고객에게 평균 20달러를 할인하고 있다. 델타항공(http://www.deltaair.com/)처럼 아예 인터넷을 통해 티켓을 구입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추가부담을 물리는 곳도 있다. 델타항공은 여행사 또는 전화를 통해 예약을 할 경우 국내 왕복요금에 2달러의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한항공이 지난 3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는 고객에게 5%의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이벤트를 개최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운송알선업체들을 거치지 않고 소형항공 화물의 하주가 인터넷을 통해 항공편을 검색하고 예약한 뒤 화물을 항공사로 직접 가져오면 항공사가 목적지까지 운송해 주는 「사이버 익스프레스」를 도입해 시행중이다.
호텔이나 렌터카 등도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돈도 적게 들고 여행사를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호텔이나 렌터카를 예약할 경우 현지에 가서 구하는 것보다 약 10∼15% 싸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의 호텔인 경우 방의 위치와 구조까지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
최근 미국에는 보험중개사들을 거치지 않고 「인스웹(http://www.insweb.com)」 「인슈어마켓(http://www.insuremarket.com)」 등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바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험 모집원들의 집요함에 부담을 느낄 필요 없이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보험에 들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있다는 것. 오는 2001년경에는 자동차보험의 50%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이같은 추세가 국내에도 확산되면 아침마다 책상 위에 사탕을 놓고 가는 「보험아줌마」를 더 이상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전세를 구하거나 집을 살 때도 부동산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이 훨씬 실속 있다. 분양이나 매물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전국 아파트단지 정보, 시세변동 추이와 같은 전문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나 월세의 경우 실수요자들끼리 직접 정보를 교환하는 부동산 게시판을 이용하면 소개료를 부담하지 않고도 원하는 매물을 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월세 시장의 약 20%는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관측이다.
주식투자도 증권사의 전문가에게 뭉칫돈을 맡겨 놓고 기다리던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분석해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사이버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이 확산되기 전에는 하루에 몇 번씩 주식을 사고 파는 일은 펀드매니저들이나 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개인투자자들도 하루에 10∼20번씩 주식을 사고판다.
타고 다니던 중고차를 팔기 위해 중고차 중개상을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 중고차를 중개해주는 곳이 얼마든지 있다. 「카피아(http://www.carpia.co.kr/)」 「현대자동차 중고차 광장(http://usedline.hyundaimotor.com/)」 등에 접속해 팔고자 하는 차의 사양과 가격, 연락처 등을 적어놓으면 된다. 경매를 통해 물건을 사고 파는 곳도 있다. 「인터넷경매(http://www.auction.co.kr)」에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한 제품의 가격을 직접 매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은행 등의 업무도 창구의 직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하면 수수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한 은행업무일 경우 수수료를 낮춰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비서의 역할도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웬만한 일은 이제 대부분 전자우편이나 사내 통신망을 통해 직접 처리한다.
이처럼 이용자가 인터넷 공간에서 직접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상품도 고르는 「셀프서비스」가 확산됨에 따라 그동안 이용자를 대신해 관련 정보를 찾고 궂은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서비스가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한 잡지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앞으로 중소 여행사나 자동차딜러, 보험대리인 등의 직업은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인터넷이 중간단계의 업무를 축소하고 중계업무 종사자의 수를 줄이기는 하겠지만 중계업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히려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도움을 받아 더 전문화되고 서비스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게 또 다른 전망이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