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전문서점으로 유명한 「와우북(www.wowbook.com)의 황인석 사장(41)은 지난달 초 국내 최대 창투사인 종합기술금융(KTB)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자본금 1억원인 와우북의 지분 60%를 인수하는 대신 12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 5000원짜리 주식에 10배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겠다는 것이었다.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1주일만에 투자계약이 체결됐다.
황 사장이 투자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돈도 돈이지만 사람때문』이라고 실토한다. 개인 회사로는 좋은 인재를 구하기가 무엇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흔히 「인터넷 비즈니스를 아이디어만 좋으면, 돈없이도 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황 사장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인터넷 비즈니스도 포털이 됐든, 쇼핑몰이 됐든간에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수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했다. 그로부터 약 한달이 지난 지금 회사 경영환경이 180도 달라졌다고 황 사장은 설명한다.
황 사장도 1년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때 만해도 초라하게 시작했다. 자본금 1억원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돈이 투자된 액수는 5000만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현물(도서) 3000만원, 그리고 개발비용 2000만원도 지분 20%를 나눠주는 것으로 충당했다.
또 직원들 월급도 웹마스터와 발송을 담당하는 2명만 제대로 주었을 뿐, 황인석 사장을 비롯해 프로그램 개발 및 서평을 담당하고 있는 곽준기·문일보 씨 모두 무보수로 봉사했다.
와우북은 이처럼 극도의 내핍경영을 했지만 쇼핑몰의 성패가 콘텐츠의 질에 달려있다는 판단아래 국내외에서 발간되는 컴퓨터책 정보만은 최신의 것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현재 외우북은 약 1만권에 달하는 컴퓨터책을 구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판사, 저자, 가격 등 책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네티즌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황 사장은 『하루평균 히트 건수가 최근 5000회를 상회할 뿐만 아니라 매출액도 약 300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책 판매가격이 일반 서점에 비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50%까지 저렴한 것도 IMF이후 주머니사정이 어려워진 네티즌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래머와 컴서적 출판 기획자 등 전문직 종사자 사이에서 와우북은 컴퓨터 출판뿐만 아니라 「윈도2000」 「리눅스」 등 해외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관련 정보를 탐색하는 「전초기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와우북이 이처럼 급속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 지난 10년동안 강남역에서 뿌리를 내린 강남컴퓨터 서점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내 대형서점 1호인 종로서적에서 출판 마케팅에 처음 입문한 후 지난 20여년동안 컴서적 유통의 한우물만 판 황 사장의 개인적인 이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 사장이 비주얼 # 저자로 명성을 떨치던 곽준기·문일보 씨를 가장 든든한 사업동지로 영입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가 오랫동안 「프로그래머들의 사랑방」으로 통했던 강남 컴퓨터 서점을 경영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산전수전을 겪은 황 사장은 『컴서적 유통이라면 국내 대형 서점은 물론 아마존이라도 두려울 것이 없다』며 『이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한 데다가 유능한 직원들도 10명 가까이 영입한 만큼 와우북을 세계적인 쇼핑몰로 발전시키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우선 『9월 중순 이후에 단골 고객 및 우수 서평을 기고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또 「올해의 책」을 선정, 대량으로 구입하는 외에 저자에게 상금도 주는 대대적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억원 정도의 「거금」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패가 궁극적으로는 콘텐츠의 질에 달려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황 사장은 『앞으로도 서평의 양과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말까지 어학, 아동 및 경제경영 서적 등으로 사업분야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