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중이 현대과학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용어부터 난해하다. 학자와 전문 저술가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과학을 설명하는 풍토도 일반대중이 과학을 멀리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과학 전문 저술가인 이인식씨는 어려운 과학을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지난 3∼4년동안 「과학동아」 「녹생평론」 「월간 중앙」 등에 발표했던 과학 에세이를 묶은 「제2의 창세기-새천년을 과학으로 읽는다」(김영사 펴냄)를 펴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컴퓨터·성(Sex)·초심리학 등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 33편을 과학이라는 도구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인간의 이성과 과학이 새 밀레니엄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신념에서 책 제목을 「제2의 창세기」로 정했다. 현대과학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접근태도도 눈에 띈다.
이 책에서 특별한 관심을 끄는 대목은 사이버 스페이스의 사회학, 곤충 로봇, 생각하는 기계, 정보전쟁, 인공생명 등을 통해 현대 정보기술의 가능성을 점치는 3부. 독자들은 정보기술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비전에 놀랄 것이다.
또 저자의 독특한 이력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저자는 서울대 전자공학과(65학번)를 졸업한 후 LG그룹에 입사해 30대에 이미 기획부장으로 승진하는 등 출세가도를 달린다. 그 후 일진과 대성그룹의 신규사업 담당 이사와 상무를 끝으로 저자가 과학저술에 매달리게 된 것은 90년대 초.
저자는 이미 대학에 다닐 때 문학청년으로 오랫동안 습작했던 작품을 모아 LG그룹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금의환향」이라는 소설을 펴낸 데 이어 지난 92년 「사람과 컴퓨터」(까치 펴냄), 95년 「미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민음사) 등의 과학 평론집을 펴낸 바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