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佛 케이블TV 시장에 美자본 몰린다

 프랑스 케이블TV 시장에 미국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UPC·NTL·인터컴 등 미국 투자그룹들은 프랑스 케이블TV 시장에 적잖은 자본을 직접 투자, 프랑스 방송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프랑스시청각최고위원회(CSA)는 이들 새로운 자본의 등장이 케이블TV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조심스런 잠입이 동반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방송계나 CSA가 이같은 사태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프랑스 사업자들의 경우 발을 빼기에 급급한 보잘 것 없는 시장에 미국자본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은 실로 예상 밖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 케이블TV 시장은 출발 당시의 떠들썩함과는 달리 그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분야다. 그런데 수년간 침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프랑스 케이블TV 시장이 근래 들어 부쩍 자본의 집중과 거래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기를 되찾고 있는 케이블TV 시장의 판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즉 프랑스 국내 사업자들이 차츰 모습을 감추고 있는 반면 외국 투자가들이 서서히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대표적 케이블TV망 사업자인 프랑스텔레콤은 같은 국가에서 두개 이상의 지역망을 운영할 수 없다는 유럽연합의 결정으로 대부분 유럽의 대표적 통신 그룹들과 같이 케이블TV 시장에서의 활동을 정리해 가고 있다. 프랑스텔레콤으로서는 상업화를 기약할 수 없는 지역의 망사업 시장에 더 이상 노력을 기울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른 것이다.

 반면 미국 투자가들은 이 때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프랑스 시장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특히 지난 6개월 동안 케이블TV 시장의 투자실태를 보면 유럽 이외의 자본투자는 실제로 괄목할 만하다. 일부 캐나다 자본을 포함한 미국 자본이 프랑스 케이블TV 시장에 투자한 비율이 6개월 동안 무려 4배 가까이 뛰어오르고 있다.

 CS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미국 자본의 케이블TV 시장 점유율은 지난 98년말 4.3%에서 99년 7월에는 17%로 껑충 뛰어 올랐다.

 프랑스 유수의 케이블TV 사업체들인 카날플러스·프랑스텔레콤 등이 수년간 경제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했던 반면 미국 투자가들은 한결같이 낙관적인 청사진을 펴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미국 자본들이 내세우고 있는 기적의 명약이란 바로 다름 아닌 멀티서비스의 공급이다. 멀티서비스의 공급이야말로 침체기에 있는 케이블TV 시장을 회생시킬 유일한 방안이라고 미국 투자가들은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미국 투자가들은 직접 케이블TV사업에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프랑스 케이블 TV사업자들에게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일례로 엣상의 경우 카날플러스가 운영하고 엔큐미케이블의 지분 37%를 매입했으며, 다니엘 제임스 포리는 소규모 망사업자인 발비전에 자본을 투자했다.

 한편 프랑스 케이블TV 시장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감지한 몇몇 약삭빠른 외국 투자가들은 값이 나갈 만한 「물건」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넘김으로써 재미를 보고 있기도 하다. 프랑스 전기공사의 케이블망 비드폴로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렌패스트는 몇 달 후 이를 UPC에 재매각하면서 손쉽게 원가의 6배를 챙겼던 것이다.

<자료제공=방송동향과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