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주문형반도체(ASIC)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29일 관련업계 및 단체에 따르면 현재 ASIC설계회사협회(회장 유영욱)에 가입한 40개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들의 올해 총 매출액은 1422억원으로 지난해 533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이중 순수 ASIC 사업 분야 매출도 580억원으로 지난해 215억원보다 17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ASIC협회측은 또한 최근 국내 중소 설계업체들이 잇따라 개발하고 있는 특정용도 표준형 제품(ASSP)의 양산이 본격화할 내년부터는 연간 매출이 1000억원대에 달하는 ASIC 업체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정보통신 관련 장비 및 단말기 영역에만 집중돼오던 국내 ASIC업체들의 제품 개발 영역이 최근들어 디지털 가전 및 일반 PC 영역은 물론 MP3플레이어와 영상처리용 핵심칩 분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국내 ASIC 개발업체 수도 지난 96년 이후부터 매년 10여개의 회사가 창업, 현재 60여개에 이르며 이중 3개 회사가 20억원 이상의 벤처자금을 지원받아 자체 제품 개발을 추진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국내 ASIC 시장의 활성화는 최근 정부 차원의 비메모리 산업 육성 정책과 벤처기업 창업 붐을 타고 다양한 기술적 배경을 지닌 대기업 및 연구소 출신 반도체 설계인력들이 대거 이 시장에 진출한 데다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와 ASIC설계지원센터 등 반도체 관련 국가기관도 중소업체의 ASIC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주요 소자 업체도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던 중소업체 ASIC 가공생산을 확대한다는 전략 아래 ASIC 설계 전문업체가 용역설계한 회로디자인을 소자 업체가 생산해주는 「지정 디자인 하우스 제도」의 확대 도입도 국내 ASIC 산업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ASIC협회측은 국내 반도체 설계 업체의 55% 가량이 자본금 규모가 1억원 이하며 1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한 업체는 3개에 불과, 아직도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SI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들 중 3∼4개 회사가 코스닥 시장등록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밖의 업체들도 기존의 단순 ASIC 용역사업에서 탈피, 자사 상표를 부착하는 ASSP 개발쪽으로 사업 중심을 옮기고 있어 국내 ASIC 시장도 이제 초기 걸음마 수준은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