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서버 시장이 급속히 변화하는 정보기술(IT)환경에 따른 대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 세기를 마감하고 다가오는 새 밀레니엄시대를 맞아 유닉스서버 업체들은 새로운 IT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빠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가오는 21세기 유닉스서버 시장 패권을 위해 업체들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유력 유닉스서버 업체들은 올들어 최고경영자(CEO)의 전격교체를 통한 생존전략 모색과 경쟁업체의 인수합병 등으로 세력확장을 꾀하고 있다.
유닉스서버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21세기에 대비한 기업경쟁력강화를 통한 시장주도권 확보와 직결된다. 유닉스서버의 대표적인 업체인 휴렛패커드(HP)의 경우 최근 새사령탑에 칼리 피오리나라는 여성 CEO를 임명해 세계 유닉스서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HP는 이 여성 CEO를 주축으로 경영전반에 대한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돼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컴팩컴퓨터도 마이클 카펠라스라는 인물로 CEO를 교체하면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역동적인 조직운영 등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공용기업인 IBM 역시 지난 7월 cc누마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중형서버 전문업체인 시퀀트컴퓨터시스템스를 인수하면서 유닉스서버 시장의 영토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로운 밀레니엄시대에 대응한 이들 업체의 생존전략. 이는 바로 인터넷사업을 통한 유닉스서버의 신규수요 창출로 이어진다. IBM은 앞으로 세계 유닉스서버 업체의 승패는 누가 먼저 전자상거래(EC)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자사의 「e비즈니스」 사업에 사운을 걸고 나섰다.
IBM에 이어 HP,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컴팩컴퓨터 등 세계 유닉스서버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도 각기 인터넷을 통한 신규 전략을 마련하면서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HP는 자사의 21C 비전과 실천계획을 담은 「E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면서 유닉스서버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유닉스서버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역시 인터넷상의 기업주소를 연상시키는 「.COM」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유닉스서버 시장을 석권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컴팩컴퓨터는 최근 「논스톱E비즈니스」를 통해 이 부문 선두업체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 유닉스서버 업체가 차세대 황금어장으로 떠오르는 EC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메이저 유닉스서버 업체는 이같은 기업변신작업을 기존의 단순 하드웨어 박스 영업에서 탈피, 인터넷이나 EC관련 솔루션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유닉스서버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으로 하드웨어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마진폭이 줄어들어 차별화된 솔루션이 유닉스서버 사업의 승패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닉스서버 업체들은 인터넷 보안과 구매 등 특정분야의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거나 유력 솔루션 업체들에 대한 인수합병(M&A) 작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올들어 기업이미지(CI) 개선작업을 통해 중대형서버 업체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SGI코리아는 앞으로 유닉스서버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어 이 부문에 대한 영업을 활발히 펼쳐 나갈 예정이다. 또 지멘스정보시스템도 그 동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온 인터넷 중심의 통신업계 등을 대상으로 한 유닉스서버 영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기로 했다.
유닉스서버 시장이 이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자 유닉스서버 제품도 이 부문에 적합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의 모든 업무가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트랜잭션처리(OLTP) 형태로 이루어져 유닉스서버의 신뢰성과 안정성, 고가용성 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메인프레임급 성능에 버금가는 고성능 유닉스서버들이 속속 선보여 고도의 시스템 안정성과 고가용성을 장점으로 지니고 있는 메인프레임에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한 한 판 승부를 펼치고 있다. 메인프레임이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OLTP업무, 의사결정지원,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기간업무 분야를 겨냥한 고성능 유닉스서버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유닉스서버 업계 전문가들은 조만간 구리를 사용한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10만TPMC(분당 트랜잭션 처리) 이상의 성능을 지닌 유닉스서버가 선보일 것으로 보여 그 영역은 갈수록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써 유닉스서버는 전통적으로 메인프레임이 강세를 보여 온 금융권과 통신업계 등에서 그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닉스서버의 이러한 고성능화 추세로 윈도NT서버의 집요한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기도 하다. 최근 고성능 제온 프로세서 8개를 탑재한 8웨이 윈도NT서버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고성능 유닉스서버 시장을 잠식하기에는 아직 시스템의 안정성과 고가용성 측면 등에서 무리가 따른다는 게 관련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정보기술, 대우통신 등 유닉스서버기반의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도 세계 유력 유닉스서버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이들 국산 주전산기 업체는 사업의 방향을 대의명분보다는 실리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영업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정보기술, LG전자 등 일부 주전산기 업체들은 최근 외국계 유닉스서버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자체 개발한 국산 주전산기 대신에 외산 기종을 앞세워 새로운 활로모색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기존 주전산기 4사 가운데 삼성전자만이 국산 주전산기 후속사업으로 추진해온 2단계 「멀티미디어 중형서버」 개발사업에 참여, 외산기종과의 힘겨운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까지는 일부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이 외산기종의 성능과 맞먹는 기존 신국산 주전산기를 내세워 시스템 공급확대에 나서고 있어 국산 주전산기의 텃밭인 관공서 공공기관을 놓고 외산기종과의 치열한 한 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