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중대형컴퓨터 시장의 간판주자인 유닉스서버에 대한 관심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관련업계의 이목이 또다시 집중되고 있다. 중대형컴퓨터 가운데 가장 경쟁이 치열한 품목으로 꼽히는 유닉스서버의 경우 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들의 자존심 경쟁까지 가세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국내 시장의 판도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한국IBM·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빅3업체들이 전체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면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펼쳤다. 이들 업체는 각각 자사가 유닉스서버 시장에서의 선두업체임을 내세우면서 공급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일단 상반기(1∼6월)의 유닉스서버 매출결과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우세속에 한국HP와 한국IBM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형태를 보였다.
수위를 차지한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경우 증권업체들의 웹트레이딩시스템과 통신업체들의 빌링 및 인터넷서버시스템 도입에 힘입어 지난 상반기 1320대의 유닉스서버를 공급,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27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판매금액도 793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33%의 성장을 이루는 등 판매량과 매출액면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또 이같은 빅3업체에 이어 컴팩코리아·한국후지쯔·SGI코리아·지멘스정보시스템 등 중위권 업체들도 선두권 진입을 위해 활발한 영업활동을 전개했다.
최근 국내 경기가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33% 정도 증가한 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거대시장을 놓고 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한국IBM 등 빅3업체를 비롯해 컴팩코리아·한국후지쯔·SGI코리아·지멘스정보시스템 등의 시장선점 경쟁은 갈수록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반기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은 IMF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와는 달리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은 금융권과 대기업, 공공기관들이 유닉스서버 도입을 적극 추진하면서 그 수요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전산환경이 유닉스서버 기반의 개방형시스템으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메인프레임 영역까지 확대, 유닉스서버 업체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올들어 유닉스서버 수요증가는 연초 주식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증권사들이 앞다퉈 인터넷 트레이딩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통신서비스 업체와 대형제조업체들이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종합고객관리(CRM),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촉발됐다. 또한 유닉스서버를 중심으로 한 서버통합(콘솔리데이션) 시장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신규시장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서버통합 시장은 기업과 금융권 등의 구조조정을 통한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되고 컴퓨터2000년(Y2K) 문제해결을 위한 전산시스템간의 통합작업이 이뤄지면서 가시화된 것이다. 특히 기업의 서버통합은 전산시스템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과 신뢰성 확보는 물론 전산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는 등 이른바 총소유비용(TCO)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정보기술(IT) 업계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하반기 주요 유닉스서버 업체들의 관심이 서버통합 시장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올 하반기 고성능 유닉스서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유닉스서버 업체들간의 신기종 출시나 기존 제품 성능향상을 통한 시스템 공급확대도 눈길을 끈다. 한국HP는 메인프레임급 유닉스서버인 「V2500」과 기간업무용 제품 「N4000클래스」 등을 내세워 메인프레임 대체수요와 함께 전자상거래(EC)·DW 시장을 집중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경우 최대 64개의 프로세서를 장착할 수 있는 고성능 유닉스서버 「E10000」을 주축으로 공급확대에 나서고, 한국IBM은 조만간 기존 고성능 유닉스서버 「RS/6000 시리즈」에 구리 및 실리콘 이중 웨이퍼(SOI) 기술을 적용한 프로세서를 장착, 지속적인 성능향상을 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후지쯔와 SGI코리아도 유닉스서버 사업에 주력키로 하고 프로세서 업그레이드 등을 통한 고성능 유닉스서버기종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워 시장경쟁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유닉스서버 업체들이 이처럼 고성능 기종을 선보이면서 메인프레임 진영과의 영역다툼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올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EC와 ERP 시장을 놓고 이들 두 진영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극심한 수요부진에 시달려온 유닉스서버 업체들이 경쟁사의 시스템을 밀어내고 자사의 제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윈백(Winba
ck) 현상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는 현상도 올해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유닉스서버 업체들의 이같은 「경쟁사 고객 빼앗기」가 가열되면서 유닉스서버 시장 쟁탈전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닉스서버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시스템의 도입을 확대한 것도 올해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의 새로운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산업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올들어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면서 기존 메인프레임을 주축으로 한 일부 계정계 업무를 개방형시스템으로 바꾸고 유닉스서버의 도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한국산업은행의 경우 최근 차세대 신정보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모든 전산업무를 기존 IBM의 「S/390 9672」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유닉스서버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같은 경향은 유닉스서버가 메인프레임에 비해 유지·보수가 용이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손쉬운 시스템 활용을 통한 업무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경우 앞으로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DW구축이나 시스템통합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유닉스서버 도입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들어 국내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 또다른 대목은 컴팩코리아·한국HP 등 일부 주요 유닉스서버 업체들이 그동안 철옹성으로 여겨온 국산 주전산기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 업체는 현대정보기술·LG전자 등 기존 국내 주전산기 업체들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등 주전산기 시장 대체작업을 본격화할 태세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과 통신업체 등 기존 민수시장 외에 국산 주전산기의 텃밭인 정부공공기관 등의 관수시장 등을 놓고 삼성전자 등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과 외국계 유력 유닉스서버 업체들 간의 시장쟁탈전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