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PC서버시장 분위기는 「활황속 저가경쟁」으로 함축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8웨이 이상의 고성능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윈도NT를 기반으로 한 PC서버의 영역확대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내 PC서버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를 겪은 지난해 1만2000여대 규모를 형성한데 이어 올해도 시장규모가 이를 웃돌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면서 이러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미 올상반기에만 1만대를 돌파해 지난해 수준에 육박했으며 올해 말까지는 2만400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전문기관의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컴팩코리아가 여전히 시장점유율 1위를 주장하고 있으며 LGIBM을 비롯한 후발업체들의 맹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각 업체들이 저가전략을 전방위로 펼쳐 시장경쟁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LGIBM과 컴팩코리아가 치열하게 다투면서 수면위에 부상한 저가경쟁은 사실 올해 초에 한국델컴퓨터가 대당 240만원대로 불을 지폈다. 즉 델컴퓨터가 올해 초 2웨이의 펜티엄Ⅱ 프로세서 제품이면서 1GB메모리, 108GB 저장공간 등을 갖춘 「파워에지 1300」 모델을 240만원대에 내놓음으로써 국내 PC서버시장의 가격체계를 급속히 떨어뜨리는 전기가 됐다.
이미 이때부터 한국델컴퓨터와 컴팩코리아의 PC서버는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정보기술(IT)업계에 급속히 확산됐다. 이들 두 회사의 PC서버는 이전부터도 상당한 가격탄력성을 발휘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한국델컴퓨터보다도 LGIBM과 컴팩코리아의 PC서버 가격이 이슈로 대두된 것은 지난 5월 초 LGIBM이 유통업체인 코오롱정보통신과 손잡으면서부터다.
LGIBM은 코오롱정보통신과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컴퓨터 솔루션 분야에서 상호협력하기로 하고 「넷피니티 밀레니엄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이 업계 처음으로 소비자가격을 확정해 공급하는 이른바 오픈프라이스 정책을 선언, 저가형 PC서버인 「넷피니티 밀레니엄」시리즈의 가격을 데스크톱PC 수준인 대당 275만원으로 결정, 발표했다. LGIBM은 이 제품이 펜티엄Ⅱ 400·500㎒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최대 768MB 메모리와 72.8GB까지 확장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을 장착해 고속의 데이터 처리와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LGIBM의 이러한 전략은 IBM 넷피니티라는 높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제품을 갖고도 삼성전자와 컴팩코리아에 맥을 못쓰는 데 대한 일종의 자존심 회복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타깃은 삼성전자와 컴팩코리아가 확보한 시장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해 컴팩코리아가 바싹 긴장하면서 저가경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LGIBM의 전략은 곧바로 컴팩코리아 PC서버시장을 겨냥하는 것이었다.
컴팩코리아는 급기야 이달 초에 SK유통과 손잡고 LGIBM의 추격을 따돌리기에 나섰다. 컴팩코리아는 「프로라이언트 이코노믹」이라는 제품을 LGIBM의 「넷피니티 밀레니엄」보다 6만원이 싼 269만원에 공급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컴팩코리아는 또 다음달 1일부터 저가 PC서버 제품을 대상으로 약 15∼25%의 가격인하(「프로라이언트 이코노믹」은 제외)를 단행, 가격에 민감한 고객층의 수요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결국 국내 PC서버시장에서 삼성전자와 1위 다툼을 벌이던 컴팩코리아가 LGIBM이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면서 저가경쟁에 불이 달아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이에 대응할만한 제품을 즉시 내놓을 수 없어 이러한 저가경쟁에 가세하지 않았지만 곧 200만원 안팎의 PC서버를 출시, 달아오르는 불꽃에 스스로 기름을 붓고 시장점유율 고수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선두권 점령을 시도하는 LGIBM은 올해 말까지 솔루션 협력업체를 100여개로 늘리면서 올해 4100대 이상의 PC서버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추진중이며 컴팩코리아는 최근 삼보컴퓨터·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제휴를 맺고 중저가형 PC서버 「프로라이언트 400, 800」에 인터넷 관련 솔루션을 탑재해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확대하는 등 저가기종만 월간 약 300대 이상씩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저가경쟁과 더불어 8웨이 이상의 고성능 제품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고성능 PC서버경쟁은 이들 삼성전자·컴팩코리아·LGIBM외에도 한국델컴퓨터·한국유니시스·한국후지쯔·한국HP 등 대다수 PC서버업체들이 참여해 춘추전국을 이룰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부터 8웨이 신제품군을 내놓고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윈도2000 어드밴스트 서버에 대한 「레퍼런스 사이트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는 차세대 운용체계를 시범적으로 채택해 기반기술을 테스트하는 데 참여하는 고객에게 특전을 부여하고 공동으로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 참여고객은 삼성전자 서버사업에 관련한 공동 파트너로서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가질 계획이다. 또 10월에는 「솔루션 페어 99」를 개최하고 각종 세미나와 이벤트 등을 통한 홍보를 한층 강화하면서 솔루션을 차별화한 다양한 제품군을 공급, 고객의 선택폭을 넓힌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LGIBM은 이달에 발표한 인텔 펜티엄Ⅲ 제온 프로세서를 8개 탑재한 8웨이 고성능 PC서버인 「넷피니티 8500」으로 국산 주전산기시장은 물론 고성능 유닉스서버시장까지 침투, 시장영역을 확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컴팩코리아는 현대정보기술과 맺은 협력체제를 바탕으로 고성능 8웨이 PC서버 「프로라이언트 8000」을 내세워 국산 주전산기시장뿐만 아니라 전사적자원관리(ERP)·데이터웨어하우스(DW) 등 대량의 데이터처리를 필요로 하는 일반 상용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한국유니시스는 아예 저가 PC서버를 지양하고 고성능의 서버를 전략품목화하고 있다. 인텔 펜티엄Ⅲ 제온 프로세서를 8개 탑재한 8웨이 서버를 비롯해 그 이상의 프로세서를 채택한 고성능 윈도NT서버인 「아쿠안타 시리즈」로 대대적인 영업활동에 들어갔으며 다음달에는 16웨이의 엔터프라이즈급 윈도NT서버를 발표, 다른 경쟁업체들과 철저하게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국HP도 이달들어 8웨이 윈도NT서버인 「넷서버 LXr8500」모델을 선보였는데 데이터센터 가용시간을 대폭 향상시키는 「고가용성 옵서버토리」기능과 「퀵스타트」 실행서비스를 새롭게 실시, 고객들에게 서버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설계와 도입을 지원하면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한국델컴퓨터 역시 다음달에 8웨이 윈도NT서버를 국내시장에 선보이고 주전산기 시장경쟁에 적극 가세하는 한편 전사적자원관리(ERP)와 데이터웨어하우스(DW) 솔루션 개발을 통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업체로 자리잡는다는 복안까지 마련했다.
한국후지쯔는 곧 펜티엄Ⅲ 제온 500㎒ 프로세서를 8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데 앞으로도 인텔의 프로세서 발표일정에 따라 「Coppermine」 「Cascade」를 탑재한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최신의 아키텍처를 가장 먼저 출시하는 제품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멘스정보통신은 주력제품으로 삼은 「프라이머지 870」 모델이 인텔 펜티엄Ⅲ 제온 프로세서를 8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고성능 PC서버임을 강조하면서 대대적인 광고판촉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PC서버업체들은 컴퓨터2000년(Y2K)·전자상거래(EC)시장쪽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Y2K 특수를 놓칠 수 없으며 또 한편으로 올들어서 급부상하는 EC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이 PC서버업체들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C서버업체들은 이들 시장확보를 위해 각종 솔루션 프로모션을 실시하거나 EC관련 전문업체들과 제휴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HP의 경우 Y2K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사용자나 백업솔루션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을 겨냥해 이미 솔루션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데 이어 개별적인 고객 설명회를 계속 개최하고 있다.
LGIBM도 저가형 PC서버 「넷피니티 밀레니엄」을 선보이면서 Y2K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고성능 데스크톱PC를 대체하는 동시에 EC 솔루션을 필요로 하는 소규모업체 등을 겨냥해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자사의 PC서버 「넷피니티 시리즈」를 인터넷 관련 「e비즈니스」의 주력품으로 정해 EC관련 솔루션업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 이 부문 시장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컴팩코리아는 올들어 Y2K 문제를 해결한 PC서버를 출시하는 동시에 EC관련 전담팀을 본격 가동하면서 EC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한국오라클과 EC부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자사의 중저가형 PC서버 「프로라이언트 1600, 3000」 등을 내세워 쇼핑몰업체 등 EC관련 업체들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EC솔루션 전문업체인 사이버텍홀딩스와의 제휴를 통해 EC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자사의 저가형 PC서버 「그랜파워 5000 모델 180」에 사이버텍홀딩스의 EC솔루션 「웹브로마트」를 내장해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한국IBM의 EC솔루션인 「넷커머스」를 자사의 PC서버인 「스마트서버」에 기본 내장해 EC시장 선점에 나섰으며 지멘스정보시스템도 윈도NT서버사업을 강화하면서 Y2K 문제 해결에 나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장공략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이윤재기자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