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의료기기산업 활성화 방안

윤형로 연세대 의용전자공학과 교수

 인적·산업적인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지고 경제규모도 성장했으니 우리나라도 의료기기산업에 도전할 시기가 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에 부응하듯 정부에서 의료기기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의료기기 국산화에 도전하려면 기술·인력·자금·아이템은 물론이고 부품확보·임상실험·규격획득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인력 확보다. 의료기기산업은 다품종·소량생산 업종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적합하지만 중소기업이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욱이 대다수 기업이 대학에서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대학원생들에게 선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연세대와 원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기 테크노파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학·학생들에게 선투자하고 이들이 졸업하면서 자신을 지원했던 기업에 취업함에 따라 고급인력 확보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둘째는 정부 지원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시책은 수없이 발표되고 있으나 실제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의욕으로 뭉친 개인에게는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다. 대다수가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담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기업 규모가 돼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의료기기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만 가진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는 기반기술의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이 의료기기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반기술을 개별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체제로는 경쟁력 있는 국산 의료기기 개발이 요원하다. 따라서 기반기술은 공유하고 개별기업은 핵심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기업풍토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해 나가야 한다.

 넷째는 인증절차 개선이다. 현재와 같이 6개월 이상 걸리는 인증절차로는 경쟁력 있는 의료기기 개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증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해외 인증에 필요한 정보제공 등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학 협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불식돼야 한다. 대다수 대학이 기초기술은 갖고 있으나 이를 상품화하는 능력은 뛰어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대다수 기업이 대학에 상품화를 요구함에 따라 갈등을 빚고 결국은 피땀흘려 이룬 연구결과가 사장되는 일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과 대학이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산·학 협동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의료기기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단계적인 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특히 과제명만 화려하게 치장하기보다는 단기승부가 가능한 분야와 장기승부가 필요한 분야를 구분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연구원들도 자기가 갖고 있는 목적과 능력에 따라 아이템을 선별해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