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매체 다채널시대 "TV 전자가이드".. "EPG채널"에 관심 고조

 EPG(Electronic Program Guide)채널에 대한 방송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케이블TV 도입 초창기에 EPG채널에 관한 논의가 잠시 있었으나 당시에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케이블TV가이드」라는 안내 책자가 있고, 케이블방송국(SO)들이 각 지역채널을 통해 PP채널들의 프로그램 스케줄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EPG채널이 필요한가 라는 반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EPG채널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아직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EPG채널은 케이블TV·위성방송 등 뉴미디어가 뿌리를 내린 선진국가에서는 결코 없어서는 안될 채널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TV가이드」 등에서 운영하는 EPG채널이 미국 전역의 방송사업자들을 대상으로 EPG프로그램을 제공, 시청자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뉴미디어 분야의 방송사업자들은 「날씨채널」과 함께 EPG채널을 시청자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선택하는 채널로 꼽기도 한다. 이를 테면 방송 분야에서 EPG채널은 인터넷의 포털사이트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야후·라이코스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접속해 보고 또 광고도 많이 붙는 게 특징이다.

 EPG채널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청자들은 어느 채널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면 EPG채널을 봐야 한다. 광고주들도 최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EPG채널을 외면하고는 장사하기 힘들다.

 EPG채널은 TV시청자들의 시청 습관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최근 『케이블TV에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다. 그러나 EPG채널의 도입 필요성을 강력하게 대변하는 사람들은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느 채널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시청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얘기한다.

 케이블TV 시청자들은 현재 29개 채널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 정보를 「케이블TV가이드」나 일간지에 나오는 케이블TV편성표를 통해 얻는다. 그러나 일간지에 나오는 편성표는 일부만 수록되는 게 일반적이며, 「케이블TV가이드」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관심 있는 프로그램 정보를 얻기 위해선 가입자들이 편성표를 일일이 찾아 보아야만 한다.

 게다가 「케이블TV가이드」는 유료로 배포되기 때문에 모든 케이블TV 가입자들이 구독하는 것도 아니다. 건강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시청자가 몇분 후에 현재 시청하고 있는 채널에서 건강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데도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고 공급 장르가 건강 프로그램과는 별로 상관없는 종교채널에서 건강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을 전혀 모를 수도 있다.

 EPG채널은 이 때문에 필요하다. EPG사업자는 여러 PP로부터 예고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 관련정보를 받아 주제별·시간대별·시청자 특성별로 구분해 실시간으로 뿌려준다. 그만큼 채널정보를 얻기가 쉬워지는 것이다.

 흔히 케이블TV는 「계획 시청」이 요구되는 매체라고 말한다. TV채널이 과거처럼 지상파 방송채널 몇개에 불과했을 때는 계획적으로 TV를 시청할 필요가 없으나,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는 계획 시청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EPG에 대해 눈을 떠야 할 시점에 왔다는 게 방송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