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호철 이지산업 사장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디지털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고 있다. 나라나 기업, 개인 모두가 그렇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제조류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역행이 아니라 순응인 만큼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사고로 전환해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의 첨병이 돼야 한다.
과거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수출고지를 넘고 또 넘었다. 앞만 보고 달렸으며 기술습득을 위해 갖은 수모와 모멸을 참고 또 참으며 오로지 부강한 국가건설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으로 오늘날 한국은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디지털 시대의 첨병으로서 새 역할을 분담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70년대부터 기술집약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전자산업 육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력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것은 절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근면성과 참을성 그리고 높은 향학열이 가능케 한 것이다.
일사불란한 지도력,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성,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는 창의력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우리는 이러한 기초를 바탕으로 세계가 놀라고 질투하며 부러워하는 가운데 부강한 국가건설이라는 명제 아래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사회 전체가 대립과 반목 그 자체인 듯싶다. 특히 요즈음의 정치 행태는 다분히 구시대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것 같다. 행정 또한 구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을 둔재로 변화시키는 거대한 복지부동 제조공장인 것 같다. 정치 및 행정 분야에서는 내일은 없고 오늘만이 있는 듯싶다.
또 우리의 기업은 어떠한가. 노사가 갈등하고 무원칙이 횡행하여 기업의 존재이유마저 무시돼 부실기업이 양산되고 있으며, 자신의 조그마한 이익을 위해 그토록 어렵게 축적한 기술을 경쟁국에 헐값에 팔아 넘기는 일마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같은 구시대적 사고 및 행동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사고 및 행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사고방식은 일본 소니의 「워크맨」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워크맨은 단일 가전제품 중 최고의 히트작이며 경박단소 기술을 실현해 20년간 세계시장을 휩쓸며 「메이드 인 재팬」을 전세계에 알렸다.
새로운 대중문화를 만든 워크맨의 명성은 소니가 20년간 끊임없이 용도를 개척하고 신제품 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결과인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를 맞는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우리의 기술, CDMA와 MP3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은 차세대 워크맨이자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20여년을 구가한 소니 워크맨의 전성시대를 거울삼아 다가오는 21세기는 우리가 CDMA와 MP3 등으로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코리아」의 기상을 드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