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산업의 시대라고 한다. 21세기에 가장 유망한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로 문화산업이 꼽히는 데는 타 분야에 비해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독창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출판·음반·공연·영화 등 전통 영역에서부터 최근의 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표현기술도 기존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타입으로 바뀌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스(CG)는 실 세계에서 실현이 불가능하지만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세계의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접근방법이다. 그래서 CG는 또한 21세기 문화산업이 있게 하는 가장 큰 에너지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CG는 엔터테인먼트의 무한한 상상력과 정보기술의 무궁무진한 기술적용 가능성이라는 두가지 성질을 물리적으로 결합해주는 기술이다. 그 결합물인 디지털 특수영상물은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높은 부가가치를 낳았고 앞으로 그 발전 가능성은 이제까지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95년 미국 영화감독 스필버그는 CG를 적절하게 활용한 영화 「쥬라기공원」 한편으로 8억5000만달러를 벌어 들였다. 그 액수가 150만대의 승용차를 수출해서 얻는 수익에 해당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스필버그는 러닝타임이 120분 가량인 이 영화에서 포악한 공룡이 사람을 덮치는 장면 등을 포함해서 겨우 7분 분량을 CG효과를 이용해서 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 7분이 쥬라기공원의 주제와 작품의 완성도 그리고 작품의 유명도를 결정지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쥬라기공원의 성공은 지난해 「고질라」로 이어졌다.
미국 사회가 90년대 중반 이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더불어 스필버그를 「미국의 보물」로서 영웅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미국이 21세기 최강국가 건설의 보루산업으로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을 지목한 것도 스필버그 등의 성공이 큰 힘으로 작용했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진 얘기다. 미래 유망산업으로서 수백억달러의 시설과 기술투자가 전제돼야 하는 자동차산업과 그보다는 인간의 창의성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는 CG산업간 경쟁은 이미 그 승패가 갈린 셈이다.
CG의 존재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광고와 게임 등의 분야에서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은 일찍이 CG기술의 산업적 가치에 눈을 뜨고 이를 「할리우드」 영화에 적극 활용해 왔다. 할리우드가 배출한 역대 흥행순위 세계 10위권 영화 가운데 9편이 CG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완성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다.
CG를 이용한 영상처리기술 분야도 2차원 합성 수준을 넘어 세계적으로 3차원 기술이 성장기에 접어 들었다. 3차원 CG 영상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업의 존망을 거는 세계적 기업들이 부지기수로 탄생하고 있다.
CG의 위력과 산업적 파급효과는 인터넷의 확대보급에 따라 더욱 커지고 확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CG가 『21세기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거나 확장시키는 하나의 도구로서 정착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한 멀지 않아 인터넷의 대중성과 CG의 창의성이 결합한 또다른 산업 분야의 탄생을 기정 사실로 보고 있다. 실제 CG기술은 90년대 중반에 들면서 인터넷 전자상거래와 인터넷방송, 휴대형 정보기기 분야로 그 적용 범위가 부단하게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 CG시장 규모를 보면 게임의 경우 매년 5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에는 1086억달러 규모를 형성했으며 신규시장 대부분은 3차원 게임으로 전환중이라고 한다. 또 풀(Full) 3차원 애니메이션 영화산업은 연간 1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의료영상 가시화 시스템의 시장 규모도 약 1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전통적인 CG기술 적용 분야인 게임산업의 경우 시장 규모가 연간 1조원에 달하며 성장속도도 매년 빨라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 역시 3000억원대를 넘고 있다. 영화의 경우는 지난 94년 「구미호」에서 첫선을 보인 후 올해부터는 고난도의 3차원 기술 활용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국내 CG시장과 기술 수준은 아직까지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에는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 기술과 산업을 추월할 가능성은 어떤 분야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기존 셀(Cell) 애니메이션 작업과 달리, CG기술은 소규모 제작시스템으로 가능한 장점이 있어서 기술 지향의 중소 제작회사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어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정부출연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향후 정보기술의 성패가 인터넷과 디지털 콘텐츠 기술의 확보와 직결된다고 가정할 때 미래를 여는 열쇠 중 하나가 바로 CG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정부 차원에서 정보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국내 CG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