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Trend.. CG 산업화와 시장 동향

 컴퓨터 그래픽스(CG)는 신기술보다는 응용기술, 즉 산업적 응용가능성에 더 큰 비중이 두어지는 분야다. 국내 자동차 총 수출량과 맞먹는 돈을 벌었다는 「쥐라기공원」이 이러한 산업적 파급효과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다.

 CG는 대중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영화나 CF와 함께 게임에서도 중요한 요소기술이 된다. 「사이버 아이돌」이라는 가상 캐릭터 사업도 CG가 만들어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갖는 막대한 시장성을 고려할 때 CG가 갖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다.

 산업현장에서도 CG의 활용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디자인·설계 분야에 널리 사용중인 CAD·CAM을 비롯해 가상현실(VR) 등의 분야에서 3차원 CG기술의 활용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석유탐사시 지표면 사전탐사, 공항과 신도시 건설 등 대형 건축공사, 의학실습 등에 VR를 활용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물론 산업현장 이전에 공군의 비행 시뮬레이션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훨씬 그 이전이다. 국내에서도 올 연말부터 자동차 업계를 필두로 VR시스템 도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며 가상수술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병원도 있다.

 세계 CG시장은 미국과 일본 기술이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진 유럽세가 그 틈바구니를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세는 리듬&휴(Rhythm & Hue)·ILM·픽사 등 전문회사를 중심으로 광고·영화 분야에서 시장의 40%를 석권하고 있다. 일본세도 80년대 초반부터 광고와 엑스포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CG산업이 영화에 고난도 기술을 사용하면서 발전해왔다면 일본은 테마파크용 대형 영상물과 게임 및 멀티미디어 타이틀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 차이다.

 국내시장은 말 그대로 이제 관심을 갖고 시작하는 단계라서 정확한 시장 규모를 집계하거나 추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널리 알려진 CG 도입사례는 지난 88년 삼성전자가 거액을 들여 미국에서 제작한 기업이미지 광고 「휴먼테크」 CF가 있다. KAIST와 서울대 등 대학에 CG 전공과목이 생겨난 것은 이 CF등장이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CG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것은 93년 개봉된 영화 「쥐라기공원」이었다. CG 프로덕션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대학에서 관련 과목의 개설과 함께 컴퓨터그래픽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대표적인 CG전문 프로덕션으로는 신씨네그래픽스·비손텍·제로원픽쳐스·미디아트·LIM 등이 꼽힌다. 이들은 국내 CG영화의 효시로 꼽히는 「구미호」를 시작으로 「은행나무 침대」 「표류일기」 등을 제작하며 CG 도입붐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과열경쟁과 IMF로 신씨네·비손텍·LIM 등 3대 메이저 회사가 모두 무너지면서 국내 CG업계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귀모」의 CG 작업을 담당한 DGFX나 「용가리」의 제로나인엔터테인먼트 등이 현재 대표적인 CG 전문업체. 이 가운데 국내 최고의 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는 제로나인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러나 아직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CG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고 인식수준 역시 변방의 기술 지원팀 단계를 탈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업체들 또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낮은 단가의 가격 경쟁이 심한 상황이어서 우려를 빚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에서의 CG 도입은 계속되고 있으며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게임은 물론 일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도 3D 기법의 도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의료·교육 등으로 활용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CG 시장의 확대는 필연적인 대세로 전망된다. 다만 이제 막 시작한 CG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외국업체들의 공세에 국내 기술과 업체가 얼마나 자생력을 확보하느냐가 과제로 남아있다.

<김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