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HDD업계, 채산성 확보 "비상"

 세계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공급업체들이 갈수록 떨어지는 수익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3GB HDD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던 지난 97년 중반까지만 해도 PC 공급업체에 대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공급가격이 170달러선이었으나 불과 2년이 지난 올해 용량이 2배 이상 커진 제품이 100달러 이하로 폭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HDD는 용량과 속도가 매년 30% 이상 증가하는 데 비해 가격은 이에 반비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HDD 공급업체들의 채산성 확보가 그 어느때보다도 가장 절박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HDD 업계의 이같은 채산성 악화에는 퀀텀·시게이트·맥스터·웨스턴디지털·IBM·후지쯔·삼성전자 등 주요 세계 HDD 공급업체들의 극심한 경쟁체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상반기 동안 HDD 업체 가운데서 흑자를 낸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7개사간 무한 경쟁체제는 HDD 업계에 큰 위협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1000달러 미만대의 초저가PC 시장이 대폭 확대되면서 PC 공급업체들이 가격 부담을 부품업체들에까지 미치는 것도 HDD 공급업체들의 이익률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HDD 업체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퀀텀사. 이 회사는 최근 HDD 공급업체들에 가격위주의 경쟁을 자제하자는 제안을 내놓아 호응을 받고 있다.

 HDD 가격안정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 감산조치밖에 없는 상황에서 증산과 감산이 이어지는 고질적인 HDD 공급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 주요 취지다.

 이와 함께 HDD 공급업체들은 PC시장을 탈피해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세계 PC 공급업체들에 대한 OEM방식 공급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던 맥스터사는 PC시장보다 수익성이 높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기반 스토리지(NAS)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PC 공급업체들에 의존할 경우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가 뻔한 상황에서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맥스터사는 최근 5700만달러를 주고 네트워크 기반 스토리지 전문 개발사인 미국 CDS사를 인수, NAS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계획임을 천명했다. 이 회사는 단순한 저장장치 공급차원을 떠나 고부가가치의 저장장치 솔루션 공급회사로 변신하려 M&A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PC시장 탈피 노력의 또다른 모습은 HDD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가전시장 진출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는 웹TV나 디지털 세트톱박스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가전용 HDD 개발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시게이트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고 기호에 맞는 TV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개발되고 있는 MbTV네트웍스사의 TV소프트웨어에 자사가 개발한 시스트림 표준을 공급하고 있으며 퀀텀과 맥스터사도 가전시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