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초저가 인터넷 PC 보급정책을 대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컴퓨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초저가 PC 보급계획서를 접수한 결과 46개 업체가 참여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국내 시장점유율 1∼4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빅4 업체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듯 불참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초저가 PC 공급가격 책정과 관련, 그동안 정부당국과 일부 대기업 간에 줄다리기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공급가격이 120만원대로 상향조정됐는데도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이 가격수준도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궁금하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 공익성을 앞세워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정부정책에 비협조적이라는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초저가 PC 보급정책은 정부의 시장개입 등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단순히 가격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인데 컴퓨터를 일정한 스팩을 정해 그에 맞는 제품을 생산, 정부가 정한 가격대로 팔도록 한다는 것은 컴퓨터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결과일 뿐 아니라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정보화 촉진을 위해 인터넷 PC 보급을 늘리겠다는 것도 논쟁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정보화 마인드를 심어준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PC 보급에만 매달릴 경우 자칫 PC산업 발전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또 우체국을 통해 PC를 판매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기존의 PC 유통질서를 송두리째 흔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시장경쟁을 통해 PC 보급을 확산시키고 또 이것이 PC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되도록 하는 방안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