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결 "디지털 신천지"

 사이버공간은 정보시대의 새로운 영토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데이비드 파일로처럼 디지털영토를 찾아낸 벤처기업가들은 17세기 북미 대륙의 서쪽을 발견한 루이스와 클라크처럼 위대한 개척자들인 셈이다. 허허벌판이던 서부에 철도가 놓이고 술집과 목장, 보안관 사무실과 은행이 생겨났듯 지금 이 순간에도 디지털 우주공간에는 수많은 웹사이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광활한 사이버공간에 속속 건설되고 있는 디지털 대도시의 가장 번화한 중심가에는 어떤 웹사이트들이 자리잡고 있을까. 커뮤니티부터 검색엔진, 미디어, 쇼핑몰, 금융, 음악, 서점, 광고, 여행, 게임까지 이번 특집에서 다룰 「베스트 온 더 웹(Best on the Web)」 사이트들은 이미 21세기 디지털 경제 시대의 메인 스트리트를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이버커뮤니티는 웹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접속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누구나 쉽게 사이버이웃을 사귈 수 있고 예술, 비즈니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까지 현실세계와 똑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영화광들은 브로드웨이로, 파일럿 지망생들은 케이프커내버럴로, 엔지니어들은 사이버 실리콘밸리로 가면 된다. 지오시티(Giocity)와 더글로브(Theglobe)는 지구촌 네티즌들이 가장 입주하고 싶어하는 커뮤니티들. 한글 커뮤니티로는 한메일넷과 네띠앙의 경합이 치열하다.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노웨어를 알려주는 등대사이트, 검색엔진은 이미 황금알을 낳는 웹비즈니스다. 야후,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익사이트 등 검색엔진 개발자들은 나스닥 덕분에 모두 웹 밀리언에어가 됐다. 어느새 인터넷의 키워드가 되어버린 포털사이트들이 모두 검색엔진에서 출발했다.

 인터넷 미디어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앞으로 전망이 밝은 웹콘텐츠 사업이다. 정보가 쏟아질수록 품질이 나쁜 쓰레기 정보, 유효기간이 지난 불량정보를 가려내기가 힘들어진다. 나에게 꼭 필요한 맞춤정보를 인터액티브한 환경에서 제공해 줄 미디어가 그만큼 절실하다. CNet이나 ZDNet 사이트는 정보시대에 위력을 발휘할 인터넷 미디어들이다.

  CNet의 할시 마이너처럼 젊고 패기 있는 미디어 사업가들은 미래의 온라인 황제를 꿈꾸고 있다. 테드 터너가 TBS, CNN, TNT, 카툰채널, 터너무비클래식을 차례로 손에 넣어 미디어제국의 주인이 됐듯 이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새로운 브랜드의 신대륙을 건설하고 있다.

 사이버쇼핑몰이야말로 떠오르는 웹 비즈니스다. 누구나 출입문 없이 드나들며 원하는 정보를 꺼내 올 수 있었던 인터넷이 앞으로는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변하게 된다. 21세기의 황금 밭이 될 EC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굴지의 정보통신업체들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데이터퀘스트나 IDC처럼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들은 머리핀처럼 값싼 소비재부터 고급 컨설팅 정보나 특화된 데이터베이스까지 유무형의 가치들을 팔고 살 수 있는 EC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장비와 전자결제시스템, 보안솔루션 등 EC관련 비즈니스를 모두 합친다면 2001년에는 그 규모가 무려 2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자상거래로 성공을 거둔 웹사이트들도 많다. 예를 들어 NECX는 2만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사이버 부품상. 이곳에선 매일 수천대의 PC와 테라바이트 용량의 하드드라이브, 몇백만 메가바이트의 메모리칩이 거래된다. 또 e베이와 온세일은 골동품부터 스포츠기념품, 컴퓨터, 장난감, 인형, 동전, 보석, 전자제품까지 없는 게 없는 인터넷만물상이다. 국내의 경우 흑자를 내는 쇼핑몰은 드물지만 메타랜드를 비롯한 선발업체들이 코스닥에서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는 또다른 분야가 바로 금융사이트들. 특히 인터넷 증권사이트는 객장에 나갈 필요 없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주식시세를 알아보고 바로 주문을 낼 수 있어 사이버고객들로 붐빈다. 거기다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분석정보와 뉴스, 전망 자료를 쉽게 검색해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수수료가 저렴해 인기다.

 찰스 스왑(Charles Schwab), E트레이드(ETrade), 워터하우스 증권(Waterhouse Securi

ties), 다텍 온라인(Datek Online), 그리고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Fidelity Investments) 등이 유명한 사이버증권사들. 국내에는 대신증권, LG증권, 삼성증권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머지않아 사이버증권사들은 돈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음악사이트도 요즘 「뜨는」 웹 비즈니스. 리얼네트워크를 비롯해 몇몇 진보적인 회사가 「벙어리 웹」을 말하게 만드는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을 선보인 이후, MP3는 넷세대를 위한 새로운 음악으로 각광받게 됐다. CDnow가 디지털 레코드숍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면 신생업체 E뮤직은 대표적인 MP3 다운로드 숍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 시대가 낳은 최고의 벤처스타. 해지 펀드매니저 자리를 팽개치고 빈손으로 서부를 찾아가 인터넷 서점을 연 그의 성공스토리는 우리시대가 낳은 영웅신화나 다름없다. 시애틀의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한 이 인터넷서점이 나스닥에 상장되어 공룡기업 반즈&노블을 뛰어넘는 자산가치를 확보하게 된 것은 월스트리트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도 와우북을 비롯한 인터넷 서점들이 한국형 아마존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 역시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이다. 기업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슈퍼마켓의 포스시스템처럼 고객들에 관한 인구통계적 자료를 공급하는 장치다. 인터넷 광고사들은 이러한 자료를 제공하는 데이터­풀(Pool)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진화할수록 단순히 홈페이지 제작이나 광고분석만 하는 것보다 기술자문과 컨설팅까지 종합서비스가 가능한 광고업체들이 각광받는다. 그 대표적인 모델이 레이저피시 같은 업체다. 타임워너의 패스파인더, 카네기홀, 스미소니언박물관, 찰스스왑을 고객으로 확보한 레이저피시는 첨단기술과 경제전문가들이 모여 시장조사부터 웹사이트 디자인, 광고분석까지 온라인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대행해 준다.

 인터넷여행 사이트도 매력적인 웹 비즈니스. 사이버여행사는 여행정보 검색부터 항공권 구입, 호텔과 렌터카 예약, 필요하다면 여행가방까지 살 수 있는 원스톱 사이트다. 앞으로 인터넷2와 VR기술이 합쳐지면 마치 영화 「토털리콜」에 등장했던 「추억을 파는 가게」 처럼 사이버공간 속에서 가상현실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다. 트래블로시티나 익스피디어 같은 여행사이트들은 여행수수료를 챙기는데 만족하지 않고 웹을 통한 VR여행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첨단 서비스들을 개발하고 있다.

 인터넷게임이야말로 21세기 엔터테인먼트의 꽃으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오리진의 「울티마 온라인」이나 블리자드 「배틀넷」의 인기는 온라인게임의 잠재력을 말해준다. 최근에는 국내 사이트 「리니지」의 마니아들이 가상세계에서 필요한 무기들을 실제로 고가에 사고 파는 신풍속도를 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정보생활 특집 「베스트 온 더 웹」으로 소개할 사이트들은 디지털 신천지에서 누구보다 먼저 금맥을 캐낼 준비가 되어 있는 새 밀레니엄의 파이어니어들이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