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ET-ZDnet, 가상공간의 "미디어 제왕"

 인터넷 가상공간을 주름잡는 「미디어 제왕」은 누구일까. 이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정치·경제 분야에서는 기존 오프라인 미디어의 후광을 업고 있는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의 사이트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N(네트워크)세대 네티즌들에게는 CNET과 ZDnet을 따라올 곳이 없다. 또 경제지로 월스트리트저널과 지역신문 분야에서는 보스턴글로브,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도 네티즌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사이트를 각각 운영, 베스트 온 더 웹 후보에 올라와 있다.

 먼저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웹진인 「CNET(www.cnet.com)」은 그 자체로 독립 인터넷 미디어의 살아있는 역사로 통한다. 지난 95년 온라인에 데뷔하자마자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최고의 수익을 창출하는 웹콘텐츠로 성장했다.

 CNET의 특징은 뉴미디어인 웹을 「올드 미디어」인 TV에 접목시킨 것. CNET은 컴퓨터 잡지사들이나 신문사 등 인쇄매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텍스트 제공 위주의 웹 전략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웹콘텐츠를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제작해 이를 케이블TV 등에 공급하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맞서는 「ZDnet(www.zdnet.com)」은 컴퓨터업계에서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PC 매거진」을 비롯해 20여개에 달하는 컴퓨터 잡지들의 기사내용을 웹에 올려놓은 것으로 역시 네티즌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명소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방대한 양의 기사 및 사진자료를 DB로 제공하는 것 외에 사이버 경매와 리눅스 포럼과 같은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하는 등 컴퓨터 포털을 지향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경제지로는 다우존스사가 발행하는 「인터넷 월스트리트저널(www.wsj.com)」의 활약도 돋보인다. 이 사이트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독자들이 이 사이트에서 헤드라인 및 주요 기사제목을 훑어보고 흥미있는 기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빡빡한 지면사정 때문에 신문에 싣지 못한 자료도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또 별도의 접속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인·구직정보를 제공하는 「커리어스(careers.wsj.com)」와 같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웹사이트와 링크시켜 놓고 있는 등 철저하게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인터넷 월스트리트저널의 성과는 대단하다. 99년 4월 현재 유료 구독자수만도 20만여명에 달하며 또 신규 구독신청도 매주 2000여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사실은 재구독률이 85%에 달하는 반면 온라인과 종이신문을 함께 구독하는 독자가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온라인신문이 독자적인 미디어로 발돋움했다는 증거다.

 한편 지역신문으로는 「보스턴글로브(www.boston.com)」와 「새너제이 머큐리뉴스(www.mercurycenter.com)」가 각각 지역에 밀착된 정보로 가득 찬 웹사이트를 운영,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보스턴글로브의 웹사이트는 방대한 양의 기사를 DB로 제공하는 것 외에도 지역의 박물관, 공연장, 식당 등과 링크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비해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각 분야의 컴퓨터전문가들과 대담 및 토론의 기회를 자주 마련함으로써 하이테크산업에 종사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미국의 선두그룹 인터넷 미디어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인터넷 미디어는 그 수준이 상당히 뒤떨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박태웅 오호라컴 사장(37)은 『이제 겨우 신문 및 방송의 보도내용을 인터넷에 옮겨놓은 단계』라고 평가한다. 그는 이어 『접속건수를 평가하면 조선·중앙·한겨레·전자신문이 각각 간발의 차이로 선두그룹을 이루고 있지만, 오호라컴이 최근 실시한 사원모집 및 회사 이미지 광고 캠페인의 효과에서는 전자신문사의 「Etnews(www.etnews.co.kr)」가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나 새삼 놀랐다』고 설명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